올해 세계 반도체산업은 격동의 시기를 맞았다. 요동치는 시가총액 순위가 단적인 사례다. ‘반도체 제국’ 인텔은 5위까지 미끄러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한우물만 판 TSMC는 ‘톱 2’로 올라갔고 엔비디아, ASML 등은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인텔의 시가총액은 1928억9000만달러다. 최근 1년간 22.3%, 연초 이후 24.3% 급감했다. 작년 말 3위였던 인텔의 글로벌 반도체 업체 시가총액 순위는 두 계단 하락했다.

인텔의 추락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 7월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의 7㎚(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공정 생산 시기를 6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고객사들은 ‘자체 칩 개발’을 선언하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맥(Mac)’에 인텔 CPU가 아닌 자체 개발한 M1칩을 넣기 시작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도 AI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인텔 동맹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업체 엔비디아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게임, PC용 제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용 GPU 영향이 컸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중의 팹리스’로 불리는 영국 ARM 인수에 나서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 들어 주가는 120.9%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세계 3위(3217억2000만달러)로 수직상승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시가총액 순위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기준 2025억1000만달러로 인텔을 제쳤다. ASML은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원을 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공정에 들어갔는데 최근 활용 범위가 D램 생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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