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주 상생 발벗고 나선 기업들 (上)
수출대란 와중에 '한국 선사' 찾은 기업들…"대란 반복 막자"

배가 부족해 물건을 보내지 못하는 '수출 대란' 와중에도 국내 해운사 이용을 우선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외국 기업에 더 높은 운임을 받을 수 있는데도 국내 기업을 우대하는 국적 선사들도 증가세다. 장기적인 협력보다 단기 이익을 중시하던 과거 선·화(물)주 관계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양상이다.
단기 이익만 봤다가 해운사·기업 '부메랑'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2411.82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100.11포인트 올랐다. SCFI는 지난달 6일 이후 매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6월(925 안팎)에 비하면 불과 반년 새 두배 넘게 폭등한 것이다. 물류 비용이 급증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역대급 호황'을 맞은 해운업계도 속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당장 수익은 늘었지만 경기 변동 영향이 극심한 해운업의 특성상 언제 일감이 뚝 끊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도 2000년대 들어 10여년 가까이 이어진 호황을 누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치명타를 입고 2017년 결국 파산했다.

해상 운임은 경기에 따라 급격히 오르내린다. 이 때문에 선·화주 관계는 단기적인 이익 위주로 돌아갈 때가 많다. 호황일 때는 해운사가 '슈퍼 갑'이다. 해운사가 미리 맺어 둔 운송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위약금을 지불하고서라도 다른 기업과 새로 계약을 맺는 게 더 이익이라서다. 반면 불황일 때는 상황이 역전된다. 기업들이 운송 계약을 파기하고 더 저렴한 운임을 제시하는 선사에 물건을 맡기는 일이 생긴다.

이런 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선사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해상 운임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출혈 경쟁'을 주도하면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더 낮은 운임을 제시하는 외국 선사에 물류를 맡겼고, 일감이 떨어진 국내 선사들은 더러는 휘청이고 더러는 망했다. 2010년대 겪었던 국내 해운사들의 어려움은 2020년 기업들에 수출 대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수출대란 맞아 반성…"선화주 상생하자"
수출 대란으로 상생의 중요성을 배운 기업과 해운사들도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우수 선화주기업 인증'을 받은 CJ대한통운과 SM상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수 선화주기업 인증제도는 올해 처음 도입됐다. 국내 선사 이용률 및 국내 화물 운송 비율, 장기 계약 체결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세액공제와 정책금융 우대금리,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료율 인하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향후 국적선사 이용률을 더 높이고 관련 신규 서비스를 확대해 상생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이번 선정으로 안정적인 선복량을 확보하고 해외 진출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우수 선화주기업 상생을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옥 SM상선 기획팀 수석은 "우수 선화주기업 선정 제도로 국내 화물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며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인지도가 오른 점도 화물 유치 및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국적선사로서 국내 화물을 안정적으로 운송하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커졌다"며 "한국 수출입 물량을 안정적으로 운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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