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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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3·4세 총수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업종별, 기업별 인사에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중 연말 정기 인사를 발표한 18개 그룹의 인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승진 임원수는 사장단 31명, 부사장 이하 1544명 등 총 15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9명(1.9%) 증가한 수치인데, 부사장 이하 승진자가 1년 전보다 36명(2.4%)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사장단 승진자는 31명으로 7명(18.4%) 감소했다. 사장단 승진 규모는 △2017년 60명 △2018년 58명 △2019년 50명 △2020년 38명 등 지속 줄었다.

코로나19 여파에 업종별 인사 규모가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삼성과 LG 등 전자·부품이 주력인 그룹은 코로나19에도 호실적을 내면서 승진자 수가 증가했다.

특히 삼성은 올해 지난해보다 15.2%(56명) 늘은 425명의 승진 임원을 배출했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조사대상 전체 임원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LG그룹 역시 전년보다 7.3%(12명) 늘어난 177명이 승진했다. 전년 대비 12명 늘어난 사장단 5명과 부사장 이하 172명 등을 승진시킨 LG그룹은 올해 삼성에 이어 전체 승진 임원이 두 번째로 많았다.

LS그룹은 전년 27명에서 올해 31명으로 승진자 수가 14.8% 늘었다.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실상 품은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작년 84명에서 올해 115명으로 36.9% 증가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하면 대기업 대부분이 사장단과 부사장 이하 임원 모두 승진 규모가 축소됐다. 삼성만 제외해봐도 17개 그룹 임원 승진자는 1150명으로 전년 대비 2.3%(27명) 감소했다. 2년 전에 비해선 351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CEO스코어는 "올해 대기업 승진자 수가 작년보다 늘긴 했지만 5년간 추이로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크게 위축된 유통가의 부진이 임원 승진에도 영향을 끼쳤다. 롯데그룹의 승진 임원수는 86명으로, 전년(170명)보다 84명(49.4%) 줄어 감소 수가 가장 컸다. 지난해 대비 사장단은 66.7%(2명), 부사장 이하는 49.1%(82명) 줄어든 규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51명에서 올해 36명으로 29.4%,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39명에서 올해 29명으로 승진자가 23.7% 줄었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올해 승진자 수가 각각 107명, 109명으로 작년보다 8.5%. 19.3% 감소했고 GS그룹은 작년 42명에서 29명으로 31%가 줄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부사장 이하 승진자가 1년새 17명(39.5%) 줄은 26명이 승진했다.

한편 CEO스코어가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30대 그룹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고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29대 그룹의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임원수는 9614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4명 감소한 수치다.

이 중에서 삼성그룹 임원수가 1955명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자동차 1419명(14.8%) △SK그룹 934명(9.7%) △LG그룹 906명(9.4%) △롯데그룹 571명(5.9%) △한화그룹 471명(4.9%)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을 제외한 그룹 기준으로 보면 임원 감소폭이 더 커졌다. 이들의 지난 9월 말 기준 총 임원수는 7659명으로 1년 전 대비 29명(0.4%) 감소했다. 한진그룹의 임원(145명)이 전년보다 28명(16.2%)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두산그룹,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임원수도 10명 이상 줄었다.

CEO스코어는 "최근 대기업들은 내실경영과 신사업 확장을 위해 성과주의에 기반한 '핀셋 인사'로 인재를 등용하고 있다"며 "3·4세 경영체제가 본격화한 가운데, 승진 규모는 최소화하고 퇴직 임원수를 늘리면서 경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