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9월 국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뒤 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 9월 국회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 뒤 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재계 원로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공정경제 3법' 등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 기업들이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고 토로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손경식 회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비공식 차담회에서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제 3법' 등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여당이 너무 의석이 많고, 정치적 이념 등 정해놓은 것을 양보하지 않아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손경식 회장은 "경제단체들이 반대 의사를 많이 냈는데 채택이 안 돼 마음이 무겁다"며 "야당에서 명확하게 같은 입장을 냈으면 좋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또 "야당 자체가 노선이 분명하지 않고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와 어려움을 초래한 것 같다"고도 했다.

손경식 회장은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반대하기 위해 헌법소원 등 법적조치는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이 통과했으니 법은 지켜야 한다"면서도 "법이 시행되면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만들어질 것이고, 하위 법 조항에 기업의 어려움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손경식 회장은 재계 반대 속 국회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정부의 반대도 있어 법이 반드시 통과할 것이라는 확신은 갖지 않고 있고, 두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며 "중소기업은 대표가 형사 구속되면 회사가 무너진다. 우리는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예방은 소홀히 하고 처벌할 테니 잘 막으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기업을 (입법으로) 다그쳐 일하게 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기준)에 맞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만 부과한 규제들이 많다.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대통령이 취임할 때 세운 공약을 정부가 성실하게 지키려고 하면서 이런 문제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손경식 회장은 "기업은 발전했고, 윤리적인 문제도 상당히 전진했다"면서 "기업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지 않는 면이 있어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대한 왜곡된 시각들을 바로잡기 위해 의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초등학생에 대한 기업 교육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업들이 한해 한해 깜깜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이러한 법안들의 국회 통과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며 "경제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기업이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