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팀 부사장 맡다가
중국으로 이직한 양몽송 SMIC 공동대표

SMIC 이직 3년 만에 '파워 게임'에서 밀려
최근 이사회에 사직서 제출하고 두문불출
TSMC 출신 임원 추가영입 관련 '갈등설'

대만 TSMC, 삼성전자, SMIC 등 옮겨다니며
파운드리 미세공정 개발 이끌어
특허 450개 보유한 반도체 엔지니어
최근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에 사직서를 제출한 양몽송 공동 대표. 그는 2011년~2015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파운드리사업팀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SMIC 홈페이지 캡처

최근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에 사직서를 제출한 양몽송 공동 대표. 그는 2011년~2015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파운드리사업팀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SMIC 홈페이지 캡처

세계 5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중국 SMIC가 대만 TSMC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장상이씨를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 출신 고위 임원을 영입했다는 건 SMIC에 긍정적인 뉴스다. 그런데 이 소식이 알려진 지난 16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SMIC 주가는 4.94% 하락했고 상하이 주식시장에선 5.53% 급락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장상이 부회장 영입보다 이날 흘러나온 양몽송 SMIC 공동 대표(CEO)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투자자들이 낙담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1위 파운드리업체 주가를 흔든 양몽송 대표는 어떤 인물일까.
TSMC 출신, 특허 450개 보유한 반도체업계 풍운아
양몽송 대표는 동아시아 반도체업계의 '풍운아'로 불린다. 이력만 봐도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대만인이다. 1952년 출생으로 대만 현지에서 전기공학 학부와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UC버클리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SMIC는 그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양 박사는 반도체 업계에서 34 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메모리 및 고급 로직 프로세스 기술 개발에 종사했습니다. 450 개 이상의 반도체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350편 이상의 기술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AMD에서 한 때 일했던 그는 1992년부터 고국의 파운드리업체 TSMC에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핀펫(FinFET)' 공정기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혔다. 핀펫은 반도체 채널을 건물을 세우듯 올려서 게이트와 채널이 맞닿는 면적을 높인 구조다. 채널 모양이 지느러미(Fin)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게이트와 채널 간 접하는 면이 넓을수록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해 '평면'이 아닌 '3면에서 맞닿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양 대표는 2009년 갑작스럽게 TSMC에서 퇴사했고 대만 칭화대에 적을 두고 한국 성균관대에서도 '정보통신공학부 초빙교수'로 일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을 가르쳤다고 한다.
삼성이 14nm 공정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기여
이직 금지가 풀린 2011년 당시 양 교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에서 임원급 연구위원을 맡는다. 파운드리사업팀은 2017년 독립사업부로 분리된 파운드리사업부의 전신이다.

2011년 양 위원 영입이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다. 회로 선폭(전류가 흐르는 게이트 폭) 28nm(나노미터, 10억분의 1m)가 최신이었던 삼성전자는 2014년 세계 최초로 '14nm' 핀펫 공정을 가장 먼저 개발해 반도체업계를 깜짝 놀라게한다. 세계 1위 TSMC보다 앞서 최신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14nm 최신 공정은 삼성전자가 TSMC를 제치고 애플의 아이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수탁생산 계약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양 위원은 '부사장급'으로 승진한다.
대만 TSMC 본사 로비 모습. 사진=EPA

대만 TSMC 본사 로비 모습. 사진=EPA

양 부사장의 친정 TSMC가 가만 있지 않았다. 2014년 TSMC는 양 부사장에게 소송을 걸었다. TSMC 출신인 양 부사장이 삼성전자로 가서 TSMC의 핵심 특허를 삼성전자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대만 대법원은 "2015년 말까지 양몽송 부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양몽송 부사장은 2016년 초 삼성전자에 복직했다가 회사를 나왔다.
삼성전자에서 中 SMIC로 이직
약 1년 뒤인 2017년 9월께 양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COO(최고운영책임자)'로 들어간 곳이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업체 SMIC다. 양 전 부사장은 공동대표(CEO) 겸 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아 SMIC의 파운드리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선다.

양 대표는 주특기를 발휘해 최근 SMIC가 14nm 핀펫 공정에서 제품을 양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 상반기 SMIC는 화웨이의 14nm급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710A’를 주문 받아 양산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3류 정도로 평가됐던 SMIC의 기술력을 2류 수준으로 높인 것이다.

최근 SMIC는 TSMC, 삼성전자처럼 7nm 이하 초미세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힘 쓰고 있다. 중국 정부도 전폭적으로 SMIC를 지원하고 있다. SMIC는 지난 7월 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혁신판 2차 상장을 통해 약 9조원을 조달했다. 이 자금은 모두 초미세공정 진입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5nm 공정부터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을 추진하다가 미국 정부의 견제로 실패하기도 했다.

SMIC가 화웨이와 함께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떠오르자 미국 정부가 칼을 뽑았다. 미국 상무부와 국방부는 최근 SMIC를 화웨이처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산 장비와 기술 유출을 막았다.
인사 둘러싼 파워게임에서 밀려 '사직서' 제출
이런 상황에서 양 대표가 SMIC를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SMIC가 장상이 전 TSMC COO의 부회장을 영입한 것보다 양몽송 대표의 SMIC 퇴직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양 대표의 이직 원인으론 '인사를 둘러싼 불화'가 거론된다. 외신에 따르면 양 대표는 SMIC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3년 동안 28nm에서 7nm까지 총 5개의 공정을 완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며 "일반적인 파운드리업체라면 1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친정인 TSMC 출신 장상이 전 COO가 본인보다 높은 부회장으로 영입되자 사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장상이 영입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공동 대표를 맡았던 자오하이쥔과의 불화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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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장의 이탈로 SMIC의 파운드리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 파운드리업체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SMIC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한 7㎚ 공정 진입을 노리던 ‘잠재적인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SMIC 약화는 한국 중형 파운드리업체에 긍정적
동시에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국내 중소형 파운드리 업체의 고객 확보가 쉬워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SMIC의 지난 2분기 매출 구성을 보면 지역별로는 중국(홍콩 포함) 비중이 66.1%(6억2032만달러), 공정별로는 90㎚ 이상 라인 비중이 42.7%에 달한다. 이는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국내 중소형 파운드리업체들이 적극 공략하고 있는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최근 중국 우시에서 파운드리 공장 양산 기념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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