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국내 상속세제 현황 분석’ 보고서
지난 20년 간 상속세액 7.1배 증가
"소득수준 향상 고려 없이 20년전 기준 유지한 탓"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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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소득수준이 2.7배 늘어날 동안 상속세액은 7.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7일 발표한 ‘국내 상속세제 현황 분석’ 결과다. 한경연은 지난 20년간(2000~2019년)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2.7배 높아졌지만, 상속세 과표구간과 세율이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아 피상속인 수와 신고세액은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신고세액은 3조6723억원으로 2000년 5137억원 대비 7.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속세가 발생하는 피상속인 수는 1389명에서 9555명으로 6.9배 증가했다. 과세 대상인 총 상속재산가액도 3조4134억원에서 21조5380억원으로 6.3배, 과세표준은 1조8653억원에서 12조2619억원으로 6.6배 뛰었다. 소득수준 향상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 과세체계를 유지해 납세 대상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기초공제(2억원), 배우자 상속공제(최대 30억원), 일괄공제(5억원) 등 주요 공제 한도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전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에 따른 조세체계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을 적절히 조정해야 하지만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한 상속세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일례로 소득세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과표구간과 세율이 총 9회 조정됐다.

한경연은 상속세율 인하가 어렵다면 분할납부 기간을 늘려 납세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는 미실현이득에 부과되기 때문에 이를 납부하기 위해선 상속재산의 일부를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일본이 상속재산 중 유동화가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최장 20년간 분할납부를 허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업상속을 제외한 일반 상속에 대해선 분할납부 기간이 5년으로 제한돼 있다.

한경연은 장기 분할납부가 과세당국의 세수 안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조원의 상속세 과세액을 10년간 분할 납부했을 때 첫해의 상속세수 변동률은 28.1%로 일시납(312.5%)과 현행 5년 분할납부(50.0%)와 비교해 세수 변동성이 크게 낮아졌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 확대는 세수 감소 없이 납세자의 현금 조달 부담을 줄이는 효과적 수단"이라며 "세액 원금과 이자가 장기적으로 납부되는 만큼 세수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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