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역 균형' 강조하고 '포스트 코로나' 대비 과제도 설계
전문가 "소비대책 등 효과 부족할 것"…3단계 대비책 부족 지적도

정부가 17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당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민생과 직결되는 소비와 고용 분야에 방점을 뒀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해서는 한국판 뉴딜을 기초로 한 디지털·그린 경제 전환의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미증유(未曾有)의 위기 극복과 그 이후를 바라보며 전체적인 방향은 잘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세부 과제들이 실제로 효과를 얼마나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코로나 위기 극복·포스트 코로나 주도' 두 축으로 정책 설계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021년은 코로나 위기를 온전히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과 활력 복원',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자는 코로나19의 파고를 넘어 위기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그 이후 한국 경제의 추가 도약을 위한 방안이다.

경제 회복·활력 복원 과제에는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한 대규모 '돈 풀기'를 바탕으로 한 내수·투자·수출 대책, 고용 안정과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담았다.

특히 내수 회복을 위해선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고효율 가전 구매금액 환급 등 '소비 3종' 정책에 공을 들였다.

고용 부문에선 고용증대 세액공제 한시 개편 등을 통해 민간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고 직접 일자리 50만명 이상을 1월에 채용하기로 하는 등 공공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단지 '질 낮은' 노인 일자리를 늘려 고용 지표의 착시를 부른다는 비판도 있지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국면인 데다 '일하는 복지'에도 부합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선도형 경제 전환 과제는 혁신·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친환경·저탄소 경제 전환, 코로나 시대 격차 해소와 고용·사회 안전망 확충에 집중해 설계했다.

과도한 시중 유동성, 자산시장 과열 등을 고려해 한시적 위기 대응 조치의 점진적 정상화 등 코로나 이후 '출구전략'을 조심스럽게 제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내년에도 타격 우려되는 소비·고용에 정책 방점
정부가 소비와 고용에 방점을 두고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한 것은 민생과 직결되는 해당 분야에 내년에도 코로나19 타격이 계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수출, 투자와 달리 소비와 고용은 올해 코로나19 위기로 크게 흔들렸고 내년에도 확실한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내년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고, 고용도 경기 후행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민간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일자리를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대책들을 준비했다.

다만 '소비 3종' 정책 등에 대해선 기존에 늘 해왔던 소비 대책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각종 대책이 코로나19 확산세를 늘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경제와 방역의 균형'을 강조했다.

특히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대규모 소비행사와 관광 관련 대책에는 '방역 안정을 전제로 내년 중 추진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붙여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정부의 각종 대책이 방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 과제에 대해서는 기존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범위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문가 "방향 잘 잡았지만 소비대책 등 실효성 부족"
소비, 고용, 투자, 수출과 '포스트 코로나' 등 분야를 망라한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반적으로 현재 경제 여건 분석과 전망이 합리적이고 중요한 내용은 거의 반영됐다"고 말했고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소비와 고용에 방점을 두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와 향후 거리두기 단계 상향 등의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성 교수는 "현재 확산세가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추가적인 경제 충격이 올 가능성에 대비하는 대목이 없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조급하게 산업과 소비를 살리려고 하다 보면 방역과 상충해 오히려 나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어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부 대책 내용의 실효성이 떨어져 위기 극복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는 투입하는 재정에 비해 실제 민간소비 촉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개소세 인하도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소비 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재정 여력을 영세자영업 대상 소비 진작에 투입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영세자영업자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마련한 소비 정책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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