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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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을 딛고 4년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정부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2.8~2.9%)보다도 높다.

하지만 경제 반등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정책은 재정 조기 집행,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재탕' 대책이거나 실효성이 약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허울뿐인 전망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3%대 성장률 회복을 위한 필수 조건인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올해와 비슷한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내년 성장률 3.2%로 회복
정부는 16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런 내용의 내년도 경제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1.1% 감소한다고 봤다. 정부는 올 6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0.1% 증가 전망을 내놓은 뒤 이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끝내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이후 22년만이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2%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재확산을 감안해 6월 전망치(3.6%)보다는 0.4%포인트 낮췄다. 그래도 다른 경제 기관 전망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OECD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8%로 보고 있다. IMF는 2.9%, 한국은행은 3.0%이다.

정부의 믿는 구석은 수출이다. 정부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8.6%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작년(-10.4%)과 올해(-6.2%)의 부진을 완전히 탈피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의 경제 회복과 반도체 업황 호조가 수출 실적을 밀어올리리나는 게 정부 예상이다. 수출만큼 수입(9.3%)도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680억달러)보다 낮은 6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경기에도 온기가 돌아온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3.1%. 2010년대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3%를 넘었던 건 2018년(3.2%) 한번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적인 전망치다. 정부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4.8%, 1.0% 성장한다고 봤다. 설비투자는 올해에도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1~3분기 7.2% 증가했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분야 수요가 늘어난 게 영향을 줬다. 내수 회복에 따라 소비자물가도 1.1%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0.5%)보다 0.6%포인트 높다.
◆"재탕 대책으로는 역부족" 지적도
고용 개선은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취업자가 올해 22만명 감소에서 내년 15만명 증가로 돌아설 것이라 내다봤다. 플러스(+)로 반등하긴 하나 증가폭은 작년(30만1000명)의 절반 수준이다. 15~64세 고용률은 올해 65.8%에서 내년 65.9%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다. 2017~2019년 15~64세 고용률 66.6~66.8%에 못 미치는 수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줄어도 한동안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심리가 지속돼 기업이 신규 채용을 대거 늘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 전환이 늘어난 점도 고용 증가를 제한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3.2%라는 경제 성장 전망도 불안 요소가 많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핵심 열쇠인 백신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제일 큰 위험 요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인구 대비 2배, 미국과 영국은 4배, 캐나다는 6배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하지만 한국은 최대 확보 목표치(4400만명)도 인구(5178만명)에 못 미친다. 그나마도 공급 계약을 끝낸 것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1000만명분뿐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여기에 차질이 생기면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미국 EU 등 주요국의 백신 공급과 세계 경기 회복으로 정부 목표처럼 순항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 백신 공급 차질로 코로나19 진정이 늦어지면 소비에 치명타가 된다. 현재 정부 전망대로도 소비(3.1%)와 수출(8.6%)의 차이가 큰데, 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 비중이 많은 기업만 경기 회복의 이익을 누리고, 나머지는 불황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모더나·화이자 등의 백신은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고, 백신 확보를 위한 예산도 충분하지 않아 우려스럽다"며 "백신 공급에 차질을 빚어 방역 리스크가 내년 상반기까지만 계속돼도 3%대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내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제시된 내년 주요 대책은 △재정 조기 집행 △정책금융 확대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승용차 개소세 30% 인하 △기업 설비투자 가속상각 최대 75% 허용 등이다. 재정 조기 집행, 승용차 개소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은 대부분 기존에 시행하던 걸 반복하거나 약간 확대하는 수준의 대책이다. 경제계에서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신산업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요청해왔지만 이런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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