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낙관적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금통위원은 한은 경제전망이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가계 씀씀이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이른바 '고용 없는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16일 공개한 지난달 26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이번 경제전망에서 내년과 내후년 모두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며 "과거 그런 사례가 매우 드물었던 만큼 이 같은 전망이 다소 낙관적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 1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을 각각 3%, 2.5%로 제시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각각 3.1%, 2.5% 내다봤다.

이 금통위원의 지적처럼 2010~2019년에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돈 시점은 2018년이 유일했다. 2018년 성장률은 2.9%, 민간소비 증가율은 3.2%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정부가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인하한 데다 휘발유, 경유, LPG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15% 내린 영향이 컸다. 세금 부담이 줄자 당시에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비롯한 내구재 소비가 늘었다.

이 금통위원은 "그동안 민간소비 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돈 것은 불어난 가계부채가 씀씀이를 억누른 영향이 컸다"며 "최근 소득분배의 악화와 고령화도 소비성향을 끌어내린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택을 사는 20~30대의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젊은 층의 부채 증가는 민간소비를 장기간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민간소비의 위축세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한은이 전망한 것처럼 내년 성장률이 3%를 기록해도 올해의 생산 위축을 고려할 때 잠재성장률 수준과의 격차를 메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은 올해 2.5%, 내년 2.4% 추정된다.

금통위원들은 내년 심각한 '고용난'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한 금통위원은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정보기술(IT) 업종이 최근의 경기회복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반면 고용효과가 높은 중소기업, 자영업, 건설업 회복세는 부진한 만큼 상당 기간 고용회복이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내년 취업자 수가 13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고용 없는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