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원자력 발전이 늘고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감소한 덕분으로 분석됐다. ‘2050 탄소중립’ 계획의 핵심이 원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14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전년 대비 3.4%(2390만t) 감소한 7억280만t으로 집계됐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 이상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여파로 공장 가동이 멈췄던 1998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전력과 열을 생산할 때 나온 온실가스가 2억5000만t으로 전년(2억6960만t) 대비 1960만t 줄어든 영향이 컸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세로 돌려세운 1등 공신이 원자력이라고 분석했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원자력 발전량이 146TWh로 전년 대비 12TWh 늘고, 석탄·LNG발전이 총 20.7TWh 줄면서 탄소 배출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지난해 경기 악화로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총 발전량이 줄어든 영향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7~2018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2.4%, 2018년은 2.5% 늘었다. 2015~2016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각각 0.1%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안전점검 명목으로 원전을 멈춰 세우면서 원전 발전량이 줄었고, 그 자리를 석탄·LNG 발전이 채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석탄 발전은 1TWh의 전력을 생산할 때마다 76만t의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100만㎾급의 석탄 발전소를 1년 내내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70만t에 달한다. LNG 발전 배출량은 1TWh당 37만t을 배출한다. 반면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0’에 가깝다. 화석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리는 석탄·LNG발전과 달리 원전은 핵분열 에너지로 터빈을 돌리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전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은 가야 할 길이지만 탈원전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휘발유와 경유차는 물론이고 가정에서 쓰는 보일러 도시가스 중 상당수를 전기로 대체해야 하는데, 석탄과 가스도 쓸 수 없는 마당에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늘어난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