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로자가 고로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로자가 고로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해 말부터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 4월부터는 철강 수요의 급격한 감소를 예상하고 본격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통’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선제적으로 현금흐름 중시 경영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는 올해 경기 침체 시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을 예측하고 유동성 위기 상황을 대비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3조3000억원을 선제적으로 조달했다. 올해 2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포스코는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 감축을 통해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지난 2분기에 별도 기준 영업적자가 발생했지만 이런 현금흐름 중시 경영으로 자금시재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작년부터 ‘CI 2020(비용혁신·Cost Innovation 2020)’이라는 전사적인 극한의 원가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원료, 설비, 공정, 예산, 스마트 등 5개 분야별로 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한 비용은 감축하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원가절감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지난해 3367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725억원의 원가절감을 이뤄냈다.

극한의 원가절감을 통해 포스코는 3분기 실적 발표 때 별도 기준으로 자금시재 12조9048억원, 부채비율 28.6%를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기업의 현금보유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금시재는 별도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조원이나 증가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말 무디스 정기평가에서 현재 신용등급 ‘Baa1(안정적)’ 유지 판정을 받았다. 많은 글로벌 경쟁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며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아르셀로미탈이 Baa3에서 Ba1으로 하락했고 일본제철도 Baa1에서 Baa2로 떨어졌다.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배경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위기 대응력, 부채가 적은 견고한 재무구조, 높은 자금시재 보유에 따른 재무 유연성을 꼽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6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글로벌 철강사 최고 수준인 BBB+(안정적)를 유지했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 2619억원을 기록하며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의 4분기 영업이익은 4404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8.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전문가인 최정우 회장의 현금흐름 중시 경영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뿐 아니라 주가, 실적에서도 글로벌 경쟁사 대비 우위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원재료 값인 철광석 가격 급등에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글로벌 철강사들의 주가는 작년 초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포스코 주가는 경쟁사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주가 안정과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10월 말 기준 자사주 매입 규모는 5057억원에 달한다. 포스코는 시장과 약속한 1조원 규모의 매입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