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으로 몰린 일시적 2주택자

강남 집 매각 6월1일 넘었다고
400만원 낼 종부세 2천만원 나와

정부 "과세공백 생겨선 안된다"
시장 "양도세처럼 적용해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달 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400만원 정도로 예상한 종부세가 2000만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살던 집 매각 늦어졌을 뿐인데…일시적 2주택자에 '종부세 5배 폭탄'

박씨는 올해 초 광교로 이사한 뒤 기존에 살던 서울 강남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다. 그러나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기존 세입자가 집을 잘 보여주지 않으면서 매각이 계속 늦어졌다. 결국 종부세 확정 기준일인 6월 1일을 넘겨 8월에야 강남 집을 팔았다. 결과적으로 박씨는 2주택자로 간주돼 종부세 중과를 받았다.

박씨는 “1주택자나 마찬가지인 일시적 2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종부세를 중과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정부 정책 때문에 기존 주택 매각이 늦어졌는데 그 부담을 모두 납세자에게 지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시적 2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택 처분이 쉬워 마음만 먹으면 종부세 기준일인 6월 1일을 피해 기존 주택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예고되면서 집을 제때 팔지 못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게다가 올해엔 공시가격 급등과 현실화율(시세 대비 반영률) 상승으로 종부세 부담도 확 늘었다. 이 때문에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종부세를 내는 일시적 2주택자가 급증했다.

2주택자가 되면 1주택자로 받을 수 있는 각종 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1주택자는 주택 공시가격 12억원(공동명의 기준)까지 종부세가 비과세되고 나이와 보유 기간에 따라 고령자 및 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주택자가 되는 순간 비과세 한도가 6억원으로 줄고 최대 70%(내년 이후 80%)인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도 못 받는다.

이 때문에 일시적 2주택자들은 “다른 부동산 관련 세금처럼 종부세도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보고 중과하지 않는다. 취득세도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기본세율을 적용한 뒤 처분 기한 내 매각하지 못하면 8% 이상의 세율로 중과한다.

그럼에도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시적 2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중 한 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부과하면 다른 주택에 대해선 그 아무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 과세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구제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시적 2주택자는 기본적으로 1주택자이기 때문에 기존 보유 주택에 대해 1주택자가 받는 각종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나중에 해당 기간 내 처분하지 못하면 공제 혜택을 박탈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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