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미국의 한 상장사가 비트코인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려고 채권 발행까지 추진하는 사례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7일 비트코인 투자를 위해 4억달러(약 43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비트코인을 4만 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8~9월에 걸쳐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약 80%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에 노출된 달러보다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사진)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뛰어나다”며 “장기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때마침 비트코인 값이 치솟으면서 이 회사는 단숨에 ‘코인 부자’에 등극했다. 비트코인으로 거둔 현재까지의 수익이 지난 3년치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8월 초 120달러대에 그쳤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이달 들어 30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빚까지 내서 비트코인을 사겠다’는 계획에 대해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최근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 상승세가 과도했으며 비트코인 투자를 위한 채권 발행은 공격적”이라며 이 회사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내렸다. 다음날 이 회사 주가는 13.9% 급락했다.

"빚까지 내서 비트코인 더 사겠다"는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결정이 ‘성공한 투자’인지 ‘무모한 도박’인지 판단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세일러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언제든지 모두 매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체자산의 수익률이 높게 나오면 비트코인 매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비관론자이자 금 옹호론자로 유명한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CEO는 씨티그룹의 투자의견 하향에 대해 “비트코인 행진에 월스트리트가 비를 내렸다”고 평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