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사재 약 239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회사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로봇 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약 9558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는데, 이 중 지분 20%는 정 회장이 투자하기로 했다.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사재 2400억 투자한 이유

“미래 위해 과감하게 결단하자”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미래세대의 먹거리를 만드는 데 현대차그룹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을 찾아내고 육성하고, 우리 미래세대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시각에서는 불확실성 등 때문에 미래 신사업 투자에 신중할 수 있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과감하게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미래세대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판단 때문이라고 그룹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44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로봇 시장이 2025년이 되면 1772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 회장도 지난해 로봇과 미래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3대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인간형 로봇까지 개발한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물류 로봇과 안내 및 지원 기능을 갖춘 이동형 로봇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간형 로봇까지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그룹 관계자는 “우선은 기존 사업(자동차 제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로봇을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으로 내세울 계획”이라며 “개인들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 시장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간형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목적 팔과 이족보행 기술이 필요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간형 로봇으로 불리는 ‘아틀라스’를 개발했다. 아틀라스는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며, 물구나무서기와 공중제비 같은 고난도 행동도 할 수 있다.

현대차와 함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한 현대모비스(20%)는 사후 서비스 부품 공급 영역에, 현대글로비스(10%)는 물류센터 등에 로봇을 배치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은 장기적으로 로봇 관련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