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자녀 입시 돕고 칡즙 배달까지

자산관리 화상 상담은 기본
라이프스타일까지 챙기며 영업

"자산가 2명 중 1명 비대면 선호"
하나·신한銀, 내년 전용앱 출시
 일러스트=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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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딸을 둔 자산가 A씨는 몇 달 전 국내 1위 입시교육 팟캐스트 ‘입시왕’ 운영자와 비대면으로 자녀 입시를 상담했다. 신한은행이 자사 프라이빗뱅킹(PB) VVIP 고객 200여 명을 위해 마련한 비공개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서였다.

사업가 B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송년 모임을 취소했다. 가족과의 송년회도 홈파티로 대체했다. 국민은행 PB센터에서 보내준 와인 선물 패키지와 온라인 송년회용 영상을 가족 모임에 활용했다. 와인에 얽힌 스토리를 들으며 잔을 부딪친 것만으로도 연말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주요 은행 PB들의 비대면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PB센터 방문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뚝 끊겼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생활 패턴이 비대면 중심으로 옮겨가자 PB들도 ‘변신’에 나섰다. 자산 관리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다양한 언택트 서비스로 ‘VVIP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클래스부터 칡즙 배달까지
주요 은행 PB들은 자산관리 상담을 비대면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화상으로 담당 PB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건 기본이다. 경제·자산 관리 분야의 유명 유튜버를 초대해 소수 고객만을 위한 ‘비대면 세미나’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스타 유튜버’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고객이 흥미를 느낄 만한 온라인 클래스를 마련한 뒤 참여 기회를 주기도 한다. 직접 시도해볼 수 있는 취미 키트를 보내주고 온라인으로 관련 강좌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형 클래스가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얼마 전 PB 고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라워 클래스를 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영상을 보며 직접 꽃장식을 만들어보는 클래스”라며 “꽃꽂이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키트는 고객의 집으로 직접 배송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외부 취미활동을 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내놓은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식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나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PB 고객의 집으로 칡즙 등 건강식품과 고품질 반찬 등을 정기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라며 “취향에 따라 다양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PB 변신 계속될 듯
은행 PB들이 온라인 고객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 이후 대면 상담을 기피하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올해 내놓은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비대면 거래를 더 선호한다’는 응답자 비중이 44.8%에 달했다. 2011년(15.4%)에 비해 세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PB 서비스는 만나서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고객 두 명 중 한 명이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PB 서비스도 그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VVIP를 위한 전용 앱도 나올 전망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PB 고객을 위한 전용 앱(또는 앱 내 서비스)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앱에서 한눈에 보고 담당 PB를 연결해 바로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 은행 PB센터장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은 비대면으로 많이 넘어왔지만 PB업계는 고객들이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해 비교적 변화가 느렸다”며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PB 서비스의 무게추도 비대면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오현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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