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재차 강조하자 원자력 관련 기구와 학계에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탄소 배출이 적고 비용이 저렴한 원자력 비중을 앞다퉈 늘리는데, 한국은 짓던 원전까지 백지화시키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원자력계 "저탄소로 가려면 신한울 3·4호기부터 재개하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전력 가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원전으로 1㎾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58.2원(균등화 발전원가 기준)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태양광은 107.1원으로 전망됐다. 원전 생산 단가가 태양광의 절반이라는 뜻이다. 태양광·풍력 비중이 높아지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이 저탄소 전력 공급 수단 중 가장 저렴하고, 계속 운전을 하는 원전은 더욱 경제적”이라며 “월성 1호기를 폐로하지 않고 계속 운전했더라면 탄소중립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지금이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탈(脫)원전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건설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건설이 무기한 중단됐고, 정부가 별도의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 2월 완전히 백지화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원전 가동률이 높아져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대체했기 때문”이라며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지 않으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연설 영상은 ‘탄소 중립’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흑백으로 제작됐는데,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을 병행했다가 에너지 절감을 위해 흑백 방송만 봐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