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검사비에 건보 적용되자마자 '렌즈'값 5배로 폭등
실손 손해 증가에 보험업계 '울상'…"밑빠진 비급여에 재정 물붓기"
연 700억+α 투입하는데 환자부담은 그대로…백내장 '풍선효과'
올해 7월에 서울 강남의 한 안과에서 오른쪽 눈에 '다초점 백내장 수술'을 받은 A씨는 각종 검사비로 390만원, 다초점 인공수정체 값으로 92만원(한쪽 눈 기준)을 지불했다.

수술비 482만원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없었다면 큰 부담이 됐을 터였다.

정부는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9월부터 안구·안와(안구가 들어 있는 공간) 초음파와 인공수정체 도수 결정 계측검사 등 다초점 백내장 수술에 필요한 값비싼 검사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9월에 같은 안과에서 수술을 받은 B씨가 실손보험에 청구한 검사비와 다초점 인공수정체의 값은 총 480만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검사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몇만원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인공수정체 값이 460만원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5배로 뛰어오른 탓이다.

인공수정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비용은 의료기관 자율로 정한다.

앞서 정부는 백내장 수술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필요한 건강보험 재정을 연간 520억∼690억원 수준으로 추계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백내장 수술 현황을 볼 때 실제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을 운영하는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9일, "정부가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이익이 줄어들자 일부 안과들이 다초점 인공수정체 값 대폭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정부는 막대한 공(公)보험 재정을 투입했으니 환자의 부담을 덜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결과는 '헛돈'을 쓴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연 700억+α 투입하는데 환자부담은 그대로…백내장 '풍선효과'
◇ "'문재인 케어' 보장성 강화, 비급여 방치하면 효과 반감"

백내장 수술 비용을 통제하려던 당국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내장 수술이 급증하고 환자 부담이 늘자 2012년 정부는 백내장을 진단하는 세극등검사와 단초점 수술에 단일 가격을 적용하는 포괄수가제(DRG)를 적용했다.

이후 각종 비급여 검사와 다초점 수술이 늘어 검사비가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300만원 이상이 환자(실손보험)에게 청구됐다.

이번에는 정부가 백내장 수술 검사비를 잡겠다고 건강보험을 적용하자 갑자기 다초점 인공수정체 가격이 튀어 오른 것이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환자 부담을 덜어주려고 재정을 투입해도 관련 비급여 항목의 비용과 공급량이 늘어나 결국 환자와 공·사보험의 총 부담은 변화가 없거나 되레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백내장 수술은 그러한 풍선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일 뿐 다른 진료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급여 이용량에 직접 영향을 받는 실손보험은 올해도 손해율이 130%를 넘어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볼 것이 확실시된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비급여를 놔두고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아무리 개편해 봐야 비용 통제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이는 보험료 인상과 고령층 가입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보험업계는 내년에 20% 이상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험연구원 등의 전문가들도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하는 '4세대 실손보험' 구조와 관련, 비급여를 방치한 상태로는 효과가 반감되리라 전망했다.

보험연구원의 정성희 연구위원은 앞서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품구조 개편으로 실손보험 지속성을 도모해도 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비급여 관리를 통한 의료비 총액 관리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