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한 태양광발전소에 주는 보조금 대부분을 삭감하기로 했다. 이때까지 ESS에 지나치게 많은 보조금을 주는 바람에 과잉 투자 등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업계는 “정부가 ESS 지원을 늘리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해 국내 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신규 ESS 설치 태양광발전소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4.0에서 ‘0’으로 하향 조정된다. REC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에 주는 일종의 정책 보조금이다. 가중치가 높을수록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다.

ESS를 설치한 발전소는 낮에 생산된 태양광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쓰거나 판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017년부터 산업부는 ESS 설치 태양광발전소에 높은 수준의 보조금(REC 가중치 5.0)을 줬다. 전기 생산이 들쭉날쭉하다는 태양광의 단점을 ESS로 보완할 수 있다고 봐서다.

산업부는 이 가중치를 지난 7월 4.0으로 낮춘 데 이어 내년부터는 아예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ESS 충전용 전기요금 할인 등 다른 지원도 내년부터 없애거나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관련 산업 충격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게 일반적인 정부 관행인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조치란 평가가 많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그간 보조금 수준이 너무 높아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소마다 ESS를 설치하는 것보다 대형 공공 ESS를 설치해 여러 발전소가 함께 이용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전력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며 “개별 ESS 설치에 많은 보조금을 주면서 과잉 투자가 벌어지고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고 했다.

하지만 ESS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ESS REC 관련’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ESS 확대가 필수적인데도 정부가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많은 비용을 투자한 중소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한 ESS 사업자는 “ESS 수익의 거의 전부는 REC로 발생하는데 이를 줄인다는 것은 관련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선진국들이 ESS 관련 지원을 늘리고 설치를 장려하는 것과는 정반대”라고 비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전소별 ESS 설치를 줄이는 대신 공공 ESS 설치를 늘릴 계획이고, 이와 관련해 내년 예산에 182억원을 새로 반영했다”며 “업체들의 일감 자체가 갑자기 줄진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