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대결로 좁혀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누가 돼도 경사노위 복귀 어려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차기 위원장을 뽑는 선거가 ‘대화파’와 ‘투쟁파’ 양자 대결로 좁혀지면서 차기 민주노총 집행부 구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종 결과는 오는 17~23일 결선투표로 정해진다. 일각에서는 대화파 후보가 차기 위원장이 되더라도 투쟁 중심의 조직 성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이 지난 5일 발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세운 ‘대화파’ 김상구 후보는 26.3%를 득표해 31.3%를 얻은 ‘투쟁파’ 양경수 후보와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민주노총 규약은 임원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결선 투표는 17~23일 치러진다.

두 후보는 결선에 임하는 태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 후보는 “결선에서도 선을 넘는 과감한 변화와 사회적 교섭, 이기는 투쟁으로 임하겠다”며 사회적 대화 참여 방침을 재확인했다. 반면 양 후보는 “노사정 대화의 침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과 자본은 등 뒤의 칼을 뽑아 민주노총의 목을 겨누고 있다”며 “이는 100만 조합원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정파주의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목소리는 달랐다. 김 후보는 “사업장 담벼락 안에 갇힌 노조, 조합원과 괴리된 노동운동,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민주노총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며 “정치 투쟁에 있어서도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는 “1차 투표 결과는 거침없이 투쟁하라는 100만 조합원의 명령”이라며 “민주노총의 자주성을 해치는 정권과 자본의 지배 개입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조직 내부 단결을 주장했다.

결선 투표 결과는 노동계 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당초 대화파인 김 후보 외에 3명이 강경파였던 점을 고려할 때 3, 4위 후보에게 갔던 표가 양 후보에게 쏠리면 싱거운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한편에선 정파주의를 극복하고 산별노조 중심의 조직 운영을 강화하겠다는 김 후보의 공약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 후보가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언했지만 현실화는 별개 문제라는 관측도 많다. 노동계 출신인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는 위원장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이라며 “김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경사노위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