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신산업' 다크호스로 뜬 벤처
비(非)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가 취약한 한국에서 반도체 설계도를 만들어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로부터 지식재산권(IP) 사용료를 받는 벤처회사가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회사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주인공이다. 2017년 말 설립된 비교적 신생 업체지만 삼성전자(파운드리 부문), SK텔레콤 등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이성현 대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업체인 영국 ARM과 같은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NPU 설계로 라이선스 수익

오픈엣지는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던 이 대표가 SK하이닉스, 칩스앤미디어 등의 연구원들과 창업한 반도체 설계회사다. ‘인간의 뇌를 닮은 반도체’로 불리는 인공지능 가속기(NPU)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NPU는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딥러닝 학습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다. 자율주행 차량, 사물인터넷(IoT) 등에 적용된다. 이 대표는 “스마트 기기의 인공지능 연산을 돕는 설계 IP를 갖고 있다”며 “경쟁사보다 반도체 단위 전력당 성능이 2~3배 우수하다”고 말했다. 그는 “NPU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2022년 이후 코스닥시장 상장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딥러닝 기술로 자율주행 SW 개발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은 자동차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V넷)를 제작한다. SV넷은 다른 차량과의 거리를 파악하고 신호등 상황을 비롯해 차선 및 도로표지판, 사람과 동물 등을 식별해서 자율주행을 돕는다. 카메라를 통해 대량의 영상 데이터를 받아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딥러닝 기술을 토대로 개발됐다는 설명이다.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는 “기존 딥러닝은 많은 연산량을 필요로 해 저가 반도체 칩으로 구동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SV넷은 소프트웨어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을 최소화해 일반 자동차에도 사물인식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창안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SV넷이 처음 적용됐다. 스트라드비젼은 창안자동차를 포함해 약 900만 대 차량에 SV넷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성과

진단장비 전문기업 진시스템은 올초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진단장비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검사 장비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위해 활용되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검사법을 동일하게 적용하면서도 무게(3.2㎏)가 가벼워 휴대할 수 있다. 서유진 진시스템 대표는 “현장에서 40분 안에 검사부터 결과 판정까지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진단키트 35만 개)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지역 등에 진단장비 및 키트를 수출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120억원으로 작년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 벤처기업 세 곳은 모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았다. 중기부는 지난해 7월 미래산업전략팀을 신설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인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BIG3) 분야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BIG3 분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 전문가와 국민참여단 평가를 통해 250개 기업을 선정했다. 선정 기업의 올해 평균 매출은 작년 대비 62%(중기부 조사)가량 늘어났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3대 신산업 성과공유회’에 참석해 “금융 지원, 규제 완화, 생태계 조성, 인프라 구축 등 정부가 힘을 합쳐 중소·스타트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