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면적 30% 축소 생산성 높여
데이터 전송 속도 33% 향상

반도체업계 적층 경쟁 가속
내년 차세대 낸드 시장 열려
다음 목표는 '1테라비트 낸드'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도 176단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사진)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 상반기 170단 이상 낸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176단 낸드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낸드업계 ‘빅3’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D 낸드로 경쟁사와 차별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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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7일 “176단 512Gb(기가비트) TLC(트리플레벨셀)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며 “지난달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176단 낸드 개발은 지난달 제품 양산을 선언한 마이크론에 이어 업계 두 번째다. ‘176단’은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 176개를 수직으로 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물로 비유하면 176층짜리 빌딩을 지었다는 뜻이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은 셀을 많이 쌓아 제품 성능을 높이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제품이 경쟁사와 다른 점은 ‘4D’ 제품이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셀의 주변부(페리) 회로를 셀 옆에 배치하지 않고 아래에 배치한다. 이런 방식을 경쟁 업체와 구분짓기 위해 4D라고 부른다. 아파트 주차장을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 배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인 것과 비슷하다. 이 기술로 셀이 차지하는 면적을 기존 제품 대비 약 30% 줄였다. 비트 생산성(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은 전 세대 제품보다 35% 높아져 원가 경쟁력이 개선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33% 개선된 초당 1.6Gb를 구현했다. 신제품은 읽고 쓰는 속도가 빨라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모바일 제품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소비자용 SSD(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저장장치)와 기업용 SSD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176단 4D 기술을 기반으로 용량을 2배 높인 1Tb(테라비트) 낸드도 개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최고층 '176단 낸드' 쌓았다

내년 낸드 시장 ‘호황’ 예상
SK하이닉스의 176단 제품 개발 성공으로 반도체업계에서 셀을 많이 쌓는 적층 경쟁이 불붙게 됐다. 5G, 인공지능(AI) 적용 확대로 용량이 크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낸드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4년까지 낸드플래시 시장이 연평균 3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치고나간 기업은 마이크론이다. 지난달 ‘176단 5세대 3D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96단 낸드가 주력이던 마이크론은 128단이 주력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비해 기술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가장 먼저 176단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도 내년 170단 이상 제품 출시
삼성전자도 170단 이상 차세대 V(3D)낸드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176단 또는 192단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128단까지는 적층 셀에 구멍을 한 번에 뚫는 싱글스택 기술로 낸드를 제조했지만 차세대부터는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더블스택으로 제조할 방침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인수를 결정한 미국 인텔의 낸드사업부는 지난 7월 144단 낸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2위 낸드업체 일본 키옥시아는 112단 낸드를 개발해 양산 중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술 개발 자체보다 양산할 정도의 수율과 데이터를 처리할 소프트웨어 역량이 더 중요한 만큼 한국 업체들이 기술에 뒤처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생산 효율성과 수율을 높여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린 업체가 다음 낸드 시장의 승기를 잡을 것이란 얘기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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