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고성능 단열재 판매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시중에 유통되는 중국산 준불연 단열재 때문에 건축자재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능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단열 성능이 기준보다 떨어지는 제품도 퍼지고 있어 화재 안전성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건자재업계, 중국산 준불연 단열재 '골머리'
7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1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 단열재 시장에서 페놀폼이나 글라스울 등 준불연 이상 단열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0% 수준에서 지난해 3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값싼 중국산 페놀폼 단열재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62t에 불과하던 중국산 페놀폼 수입은 지난해 2733t으로 44배 증가했다. 올 들어 8월까지는 6486t으로 이미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전체 페놀폼 단열재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페놀폼 단열재도 화재 안전 성능과 단열 성능 모두 국내 KS인증 절차를 통과한 제품이다. 하지만 시공 현장에서는 제품의 실제 성능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있는 J종합건설업체 대표는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중국산 준불연 단열재 중에는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표시돼 있지 않거나 실제 단열 성능이 제품에 표기한 수치에 못 미치는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제품 수입업체들이 KS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인증용 제품을 별도로 만들고 실제 현장에는 성능 미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말도 돈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단열재 표면 정보 표시에 따르면 단열재 제품은 제품 표면에 제조업자, 제품명, 난연 성능, 로트번호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일반인도 단열재 성능 정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시중에 유통되는 중국산 페놀폼 단열재 중에는 이런 표시 조항이 없는 제품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국내 단열재 유통업체인 무한인슈텍이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페놀폼 단열재 4개 제품의 열 전도율을 측정한 결과 단열 성능이 표기된 성능보다 적게는 15%에서 최대 70%까지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 미달 제품을 사용하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단열재업계 관계자는 “페놀폼 단열재 판매가 늘어나면서 성능이 낮은 중국산 제품의 유통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더 늘기 전에 정부 차원의 품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