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플랫폼업체 집닥의 박성민 대표는 시쳇말로 ‘노가다’ 출신이다. 23세에 분양대행사 등을 하다가 100억원대 부도를 내고 파산했다. 인생 밑바닥까지 추락한 그는 의식주 벤처사업에서 희망을 봤다. SK텔레콤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테리어 플랫폼인 집닥을 개발했다. 어느 정도 자리잡은 그는 패션사업에도 도전 중이다. 이달 시작한 ‘골라라’라는 기업 간 거래(B2B) 온라인 쇼핑몰이다. 동대문의 의류매장 상인을 중국 등 해외 도매상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의식주 분야에서 청년 창업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집닥, 골라라뿐만이 아니다. 수산물을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직송하는 ‘얌테이블’, 직장인 점심 도시락을 해결해주는 ‘오퍼밀’, 대학생용 배달음식 플랫폼 ‘배달긱’ 등도 큰 성공을 거뒀다. 식재료의 박테리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주는 스타트업(더웨이브톡)까지 등장했다. 최근 3년간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의식주 분야 스타트업만 254곳이다.

의식주 벤처 붐의 촉매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다. 오프라인이 차단되자 언택트 영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벤처 투자자들은 일찍부터 이런 의식주 벤처의 성공 가능성을 예상했다. 2018년부터 올 10월까지 의식주 유통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금만 11조4619억원에 달했다. 핀테크(1조2570억원)의 10배 규모다.

유통 대기업도 쿠팡, 네이버 등 ‘디지털 공룡’에 대항하기 위해 이런 스타트업에 저축하듯 투자하고 있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GS그룹 유통계열사들이 4400억원 규모로 유통 벤처에 투자한 게 대표적 사례다. 배준성 롯데액셀러레이터 투자팀장은 “온라인 매장 개설 비용이 몇 년 새 1억원에서 2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질 정도로 온라인 창업 인프라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의식주 벤처 창업 열풍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