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으로 새 출발한 '페북 코인'…정부 견제 벗고 날까
페이스북 주도로 추진되던 가상화폐 리브라가 이름을 디엠으로 바꿨다. 외신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리브라협회는 지난 1일 가상화폐 이름을 이렇게 변경하고, 협회 명칭도 디엠협회로 개명했다. 디엠(diem)은 라틴어로 하루(day)라는 뜻이다. 미국 재무부 차관 출신인 스튜어트 레비 디엠협회 최고경영자(CEO)는 “디엠은 이 프로젝트의 ‘새로운 날’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원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리브라에는 ‘터닝 포인트’가 절실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달러 유로 등으로 구성한 통화바스켓에 연동되는 단일 가상화폐를 출시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기업인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진출 선언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리브라가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 권한을 침해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돈세탁과 같은 불법 거래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사업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리브라의 목적은 법정통화 체제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저렴하고 보편적인 글로벌 결제 시스템 확보”라고 항변했다. 다만 “당국의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출시를 미루겠다”고 물러섰다. 리브라 프로젝트에는 애초 100곳 이상의 참여가 예상됐으나 현재 협회 회원은 페이스북 등 27곳뿐이다. 한때 참여했던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은 중도 하차했다.

리브라는 이름을 바꾸면서 전략도 가다듬었다. 디엠은 복수 통화바스켓 연동이라는 목표를 버리고 일단 미국 달러화에만 가치를 고정하는 ‘스테이블 코인’ 방식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디엠협회는 스위스 당국에 디엠 발행 허가를 요청했다. 이르면 내년 1월 출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