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100원선 붕괴…원화 강세 지속될 듯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내림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이 3일 장중에 1100원선이 붕괴됐다. 미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과 코로나19 백신 도입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1050원 선까지 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43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 60전 내린(원화 가치 강세) 1099원20전에 거래 중이다. 장중에 1100원 선을 밑돈 것은 지난 2018년 6월15일(1087원30전) 후 처음이다. 이날 종가가 1100원선을 밑돌면 역시 2018년 6월15일(1097원70전) 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70전 내린 1100원10전에 출발해 오전에 낙폭을 확대하면서 1100원 선이 깨졌다.

미국 의회는 전날 908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시행안을 준비했다고 발표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미 하원에 출석해 코로나19 위험이 사그라질 때까지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더는 필요 없을 때까지 경기 부양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달러를 앞으로 보다 많이 찍어낼 계획인 만큼 달러가치가 더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하고 다음 주부터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개선되는 수출 흐름과 잇따르는 선박 수주 등 원화 가치에 긍정적 소식들이 나오면서 원화를 사고 달러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움직임도 원화 강세에 기여했다. 외국인은 국내 코스피시장에서 이달 1일, 2일 각각 748억원, 514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오전 11시20분 현재 47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1월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만 5조633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구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스와프레이트(원화조달금리)가 최근 플러스(+)로 전환한 데다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3개월물 원·달러 스와프레이트는 연 0.14%(스와프포인트 기준 40)에 거래됐다. 스와프레이트는 은행 간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거래 과정에서 제공하는 금리다. 플러스면 원화가 귀해 달러를 빌리면서 이자 등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마이너스면 귀한 달러를 빌린 만큼 이자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스와프레이트 평균이 9월과 10월에 각각 연 -0.05%(스와프포인트 -14.7), 연 -0.82%(-11.6)로 지난 3~4월에 연 -1%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외환 당국이 개입에 나서겠지만 1000원대로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승지 연구원은 "11월 외환보유액이 98억7000만달러 증가한 것을 볼 때 외환 당국이 지난달 달러를 사들이는 등 적잖게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1100원선 지지를 위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음 지지선은 1080원 선, 1054원 선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환율 최저치인 2014년 7월3일(1008원50전)까지 갈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당시 한국 성장률이 3.3%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 속도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이 코로나19 회복 속도가 빨라 원화 가치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