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불친절한 회계 공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산서 분량만 수백~수천 쪽에 달하는 데다 숫자만 나열하다보니 이해가 쉽지 않아서다. 일부 지자체는 홈페이지에 결산서조차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회계 정보를 감추고 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지자체인 서울시의 올해 예산서 분량은 1886쪽이다.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추가경정 예산서(총 1065쪽)까지 합치면 분량은 3000쪽에 가깝다. 부산, 인천, 울산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의 예산서도 1000쪽이 넘는다. 예산서 내용이 이처럼 방대하지만 막상 펼쳐보면 대부분 숫자와 표로만 이뤄져 있어 해당 지자체의 살림살이를 손쉽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일부 지자체는 예산의 개요를 그래픽으로 담은 ‘한눈에 보는 예산’ 등 메뉴를 제공하고 있지만 피상적인 내용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부서별 예산뿐만 아니라 사업별 예산을 어떻게 짰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 정보 공개 방식에 대한 불만도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지자체 대부분이 예산서와 결산서를 이미지 형태의 파일로 저장해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회계 정보로 통계를 내 분석하려면 원본에 적힌 숫자를 일일이 옮겨 적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회계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세입·세출 결산서를 홈페이지에 올려놓지 않은 지자체만 19곳에 달한다. 군 단위 지자체가 12곳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지자체 회계 정보 공시에 대한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단체장이 예산을 확정하거나 결산을 승인한 뒤 두 달 안에 예산서와 결산서를 기준으로 주요 내용만 주민에게 공시하면 된다. 결산서 전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