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슈퍼 예산’을 편성한 여파로 2017~2021년 불어나는 나랏빚이 3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 집권한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143조~181조원 늘리는 데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증가폭이다. 정부가 선심성 돈 풀기에 열중하느라 미래 세대의 빚 부담 급증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늘어난 나랏빚 296조…5년 채우면 MB·朴 증가폭의 1.2배
국회는 내년 국가채무를 올해보다 109조1000억원 많은 956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2021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이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안보다도 3조5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내년까지 4년간 295조8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17년 36.0%에서 내년 47.3%로, 11.3%포인트 상승한다. 이전 정부뿐 아니라 현 정부 초기까지도 재정건전성 유지의 척도로 삼아왔던 4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빚의 증가 속도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르다. 현 정부와 비슷한 확장 재정 정책을 폈던 노무현 정부는 2003~2008년 국가채무를 143조2000억원 늘렸다. 국가채무비율은 7.0%포인트 올랐다. 현 정부 4년간 국가채무 증가폭이 노무현 정부 5년의 두 배를 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2008~2013년)에서는 국가채무와 비율이 각각 180조8000억원, 5.8%포인트, 박근혜 정부(2013~2017년) 때는 170조4000억원, 3.4%포인트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고려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2년에도 국가채무를 125조3000억원 늘리겠다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국가채무는 1081조3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다. 국가채무비율은 51.4%에 이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내 국가채무가 421조1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15.4%포인트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9년간 증가폭(351조2000억원, 9.2%포인트)의 1.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물론 올해와 내년은 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나랏빚을 크게 늘렸다. 2017년부터 올해 본예산까지 늘어난 나랏빚만 145조원에 이른다.

나랏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재정건전성이 무너지고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이어지면 앞으로 10년 안에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