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자 계열사들이 이르면 4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를 시행한다. 사장단 인사 규모는 예년보다 적은 5명에 그쳤지만 임원은 큰 폭의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 상태다. 삼성 내부에서는 인사 기준 중 하나로 ‘나이’를 거론한다. 부사장 만 58세, 전무 만 56세라는 직급 상한 연령이 ‘커트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3일 “이번 임원 인사에서 사장은 1960년생, 부사장은 1962년생, 전무는 1964년생이 대체적인 상한선”이라며 “승진하지 않고 이 연령에 걸리면 물러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고경영자(CEO)가 인사팀에 소명서를 제출하면 직급 상한 연령에 걸리더라도 유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독] 삼성 임원 탈락기준은 '나이'…사장 60년생, 부사장 62년생, 전무 64년생
‘나이 기준’은 지난 2일 이뤄진 사장단 인사 때도 적용됐다. 임기를 채운 만 60세 이상 사장들이 교체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이번 인사에서 물러난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1959년생,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1960년생이다. 반면 사장 승진자들은 50대 초중반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이 된 이정배 사장은 53세, 파운드리사업부장 자리에 오른 최시영 사장은 56세다.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끌게 된 최주선 사장도 57세다.

이번 삼성 임원인사 키워드는 ‘젊은 인재의 수혈’이다. 부장과 초급 임원 중 업무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발탁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연령 기준은 이전에도 암묵적으로 적용됐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으면 ‘예외’로 인정받는 게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최근 수년간 임원 평균 연령이 크게 낮아진 점도 감안됐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 안팎에선 무선, 생활가전, 영상디스플레이, 메모리, 파운드리, 전사, 해외총괄 등 전 사업부에 걸쳐 이름과 소속 부서, 직책이 명시된 ‘퇴임 임원’ 명단이 돌고 있다. 대부분 나이 기준을 넘어선 임원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직급별로 퇴임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는 명단의 길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예측되는 또 다른 이유는 사장단 인사 폭이 예상보다 작아서다. 사장단 대부분이 유임되면서 임원 인사까지 변화가 없으면 조직 분위기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보다 한발 앞서 인사를 단행한 LG그룹도 사장급 인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임원을 대거 교체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서만 200명 이상의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임원 인사는 162명 규모였다.

삼성 전자 계열사 인사는 다음주까지 모두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음주엔 부서를 새로 설치하거나 없애는 조직 개편이 예정돼 있다. 금융 계열사와 삼성물산 등의 인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