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설향으로 日품종 몰아내
쌀 품종 국산 대체 작업도 진행

로열티 확보·무역적자 최소화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왼쪽)이 국내 육성 품종인 ‘라온’ 파프리카 재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왼쪽)이 국내 육성 품종인 ‘라온’ 파프리카 재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2005년까지만 해도 한국 딸기 농가에선 대부분 육보와 장희 품종을 키웠다. 장희와 육보는 일본 품종이라 로열티를 내야 하지만 맛이 우수하거나 저장성이 높아 인기를 끌었다. 충남 논산 딸기재배시험장에서 그해 ‘설향’ 품종을 새롭게 개발하면서 시장 주도권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2005년 85.9%였던 일본 품종의 점유율은 지난해 5%대로 떨어졌다. 일본으로 가던 로열티도 급감했다.

글로벌 종자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종자 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설향처럼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면 로열티를 줄일 수 있는 데다 나고야의정서 비준국 확산으로 타국의 자원 이용 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국이 등록한 유전자원 수는 지난 7월 1일 기준 32만8290개였다. 식물 종자와 영양체가 26만3960개로 가장 많았다. 생축(동물)이 3만8508개, 미생물 2만5540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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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식물 유전자원 수를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5위의 자원 보유국인 것으로 농진청은 보고 있다. 미국이 59만6031개를 보유해 1위였고, 인도(44만3921개), 중국(44만1041개), 러시아(31만1000개) 등이 2~4위를 차지했다. 6위인 일본은 22만9000개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진청 관계자는 “2017년 일본을 제친 뒤 계속해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이 유전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종자로 인한 무역적자와 로열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010~2019년 한국의 종자 수출액은 3114억원에 그친 반면 수입액은 6848억원에 달했다. 3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로열티로 지급된 금액은 1357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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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은 종자 국산화로 딸기 시장의 구도를 바꾼 ‘설향’의 사례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 9.2%에 불과했던 딸기 국산 종자 점유율은 설향 품종 보급 이후 현재 95%로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고시히카리 등 일본 쌀 품종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종자산업 수준은 그 나라 농업의 수준”이라며 “2025년까지 쌀 품종을 100% 국산화하겠다”고 말했다.

나고야의정서 비준국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도 종자 확보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된 협약이다. 생물자원을 이용해 각종 제품을 만들 경우 해당 제품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자원 보유국에 배분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종 생물자원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이나 바이오 제품 등까지 적용 대상이다. 한국은 2017년 참여국이 됐으며, 올해까지 전 세계 126개국이 비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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