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대동공업

한국 농업 기계화 앞장 선 73년
사명 바꾸고 체질도 바꾼다
코로나에도 북미 실적 사상 최대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창업 73주년을 맞은 국내 1위 농기계업체 대동공업이 ‘100년 기업’을 향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농기계를 만드는 전통 제조업의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동공업은 창업주 고(故) 김삼만 회장이 1947년 경남 진주에서 대동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1962년 국내 농기계업체로는 처음으로 동력 경운기를 생산 보급하면서 종합농기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담아 대동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1970년대까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을 국내 최초로 보급하며 한국의 농업 기계화를 이끌어왔다. 국내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킨 대동공업은 1980년대부터 해외 진출에 나서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래 농업 선도 기업으로 변신
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는 대동공업은 사명 변경도 추진 중이다. 전통 제조업체 이미지가 강한 기존 사명을 바꿔 미래 농업을 이끄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다. 변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국내 농기계 1위이면서 전체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대동공업이 혁신을 선언한 것은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의식 때문이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농기계시장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가인구는 1970년 1442만 명에서 지난해 224만 명으로 50년 만에 85% 감소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농가의 절반을 차지한다. 경지면적은 1975년 224㏊에서 지난해 158만㏊로 30% 줄었다.

대동공업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마트 농기계 기반의 ‘무인화’와 농업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로 대표되는 미래 농업을 대안으로 떠올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동공업은 다양한 스마트 농기계를 검토했고 2013년 국내 농기계업체로는 최초로 디젤엔진과 전기 모터 기반의 하이브리드 트랙터를 선보였다.

통신업체 KT에서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상무를 맡았던 원유현 총괄사장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대동공업의 변화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원 사장은 취임 당시 “미래 농업을 선점하기 위해선 1등 DNA를 지니고 창조적인 미래 농업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며 “‘소통과 협업’의 기업으로 변모시켜 100년 기업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대동공업은 자율주행 농기계, 스마트 농업 솔루션 서비스, 농업용 로봇 등 정밀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미래사업추진실을 신설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기업문화팀을 새로 만들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개선도 시작했다.
북미시장 사상 최대 매출
대동공업의 이 같은 변화는 올해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까지 매출 5082억원, 영업이익 38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에 1회성 매출인 앙골라 농기계 공급계약 880억원이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매출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글로벌 농기계 업체들이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던 데 비해 대동공업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이 생산과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덕이다.

고객과 딜러가 원하는 시점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면서 북미시장에선 최대 실적을 올렸다. 500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에서 북미법인 대동USA는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28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동USA는 코로나 시대 북미 소비자들의 자택 체류시간이 늘어나면서 농장과 주택에서 시설관리용으로 쓰이는 60마력 이하 트랙터 수요가 커지는 것을 포착했다. 이를 기회 삼아 마스크 기부 등 다양한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을 펼치며 트랙터와 운반차를 합쳐 3분기까지 소매 기준 약 1만3000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약 42% 증가한 수치다.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국내에서도 대동공업은 3분기까지 매출 증가를 달성하며 선방했다. 필수 기능만을 채택해 가격을 낮춘 ‘경제형 농기계’와 제품의 편의성과 자동화 기능을 중시하는 대형 농가를 위한 ‘고급형 농기계’로 나눈 투트랙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신규 모델을 선보인 경제형 트랙터는 판매 대수가 전년보다 약 160% 증가했고, 이앙기 소매 판매량은 3% 늘어나며 이앙기 시장 1위를 탈환했다. 특히 직진자율주행 이앙기는 모내기 작업 중 멈추지 않고 운전자가 모를 공급할 수 있고 혼자서 이앙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240% 증가했다. 국내 트랙터 시장은 5년 전 1만5000대 규모에서 현재 1만2000대로, 벼 재배 농가가 2016년 64만2000가구에서 지난해 53만3000가구로 17% 줄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동공업은 내년엔 HX트랙터를 내놓고 고급형 트랙터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HX트랙터는 국내 농기계업체 최초로 자체 개발·생산한 130~140마력대 트랙터이며 자율주행 1단계인 직진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됐다. 직진 구간에서 핸들을 조작하지 않고도 가동할 수 있는 최신 제품이다. 다음 단계로 환경을 인식해 농기계가 작업 경로를 생성하고 선회까지 자동으로 가능한 트랙터도 개발 중이다. 미래 농업의 지향점인 정밀농업을 위한 ‘대동커넥트’ 서비스를 적용했다. 원격으로 농기계의 시동을 걸고 위치관리, 작업관리, 고장진단 점검을 받을 수 있는 관제서비스다.

비대면 경제가 보편화되면서 그동안 오프라인에 치중했던 유통채널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있다. 대동공업은 올해 농기계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며 본격적인 온라인 농기계 판매 시대를 열었다. 농기계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까지 온라인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농민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 사후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도 구성했다. 이앙기를 팔 때도 종이 팸플릿 대신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모바일 팸플릿을 제작했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비대면시대에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 정책과 회원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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