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공업의 발자취
대동공업은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보유한 농기계 업체다. 1945년 광복 후 농기계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발동기를 만들기 시작해 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을 잇따라 개발 생산했다. 73년을 이어온 농기계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대동공업의 발자취는 사실상 한국 농업 기계화의 역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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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경운기 생산부터 시작
대동공업의 역사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일제 치하에서 생업을 찾아 뿔뿔이 전국으로 흩어졌던 창업주 고(故) 김삼만 회장과 형제들은 진주로 모여 대동공업사를 창립했다. 자본금 300만원, 직원 수 20명으로 시작한 대동공업사는 자동차 정비, 발동기와 선박용 엔진 수리, 건축자재 판매를 주로 했다.

창업 후 2년 뒤인 1949년 대동공업은 정미소 등에서 탈곡용으로 쓰이는 발동기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하며 농기계 시장을 열었다. 이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농업근대화 정책이 세워진 뒤 농업기계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일본 미쓰비시와 기술 제휴를 맺고 196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운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제 경운기를 직수입하려는 단체가 농림부를 압박했으나 김삼만 회장이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설득해 전량 국산 경운기 보급이란 지시가 내려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대동공업은 1968년엔 국내 첫 트랙터 생산에도 성공했다. 농기계 대형화를 위해 시설 확충용 차관 요청이 거부당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 대사관을 통해 미국 포드와 기술제휴를 맺고 트랙터를 생산하게 됐다. 1971년에는 해외 업체와 기술 제휴를 맺고 벼 추수용 콤바인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국내 처음으로 보행이앙기를 생산한 것도 대동공업이다. 1971년 일본산 이양기를 수입해 시험 보급한 뒤 일부를 국산화해 1981년부터 직접 생산했다.

점차 생산 기종이 늘어나자 공장 확장에 나섰다. 진주 주약동 공장에서 경북 달성공단으로 이전한 배경이다. 1984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장을 이전해 1987년 대구공장으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현재 대동공업 대구공장은 연간 트랙터 2만5000대, 이앙기 4000대, 콤바인 5000대, 경운기 7000대, 디젤엔진 6만7000대 등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첫 자율주행 이앙기도 개발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다목적 동력운반차(UTV)를 국내에서 처음 생산한 것도 대동공업이다. 농작업부터 레저, 운반, 이동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UTV를 2009년 자체 개발해 미국·유럽산과 중국산이 양분하고 있던 기존 UTV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은 친환경 엔진인 티어(Tier)4 개발까지 이어진다. 미국 환경청과 캘리포니아주 대기보전국(CARB)의 배출가스 규제 단계(1~4)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티어4를 충족하는 친환경 엔진이다. 대동공업은 4년 동안 500억원을 투자해 2012년 국내 농기계업체 최초로 티어4 엔진을 자체 개발했다.

해외 수출 부문에선 2014년 미얀마 농업기계화를 위한 1억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농기계 수출에 큰 획을 그었다. 트랙터 4700대, 경운기 1500대, 콤바인 500대 등 농기계 총 6700대를 미얀마로 수출했다. 전년도 대동공업의 트랙터 수출량 1만 대의 47%에 해당하는 규모로 대동공업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수출건이었다. 2018년에는 아프리카 앙골라와 1억달러 규모의 농기계 및 건설장비 300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트랙터 약 1000대, 경운기 100대를 비롯해 2800대의 농기계와 건설장치 180대 등 총 3000대 장비를 공급했다.

2018년에는 글로벌 농기계업체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북미시장에서 트랙터와 운반차를 총 1만500대 판매하며 ‘1만 대 판매 달성’이라는 성과도 이뤄냈다. 북미시장에서 50마력 내외의 콤팩트 트랙터 제품군으로 1만 대 이상을 판매한 브랜드는 대동공업의 ‘카이오티’를 포함해 5개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동공업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직진 자동 기능을 탑재한 8조 이앙기를 출시했다. 이앙(모심기)을 시작할 때 최초 1회 직진 자동기능 레버를 조작해 간편하게 직진 자동구간을 등록하면 그 이후부터는 등록구간 내에서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모를 심을 수 있다. 작업자는 이 자율주행 이앙기를 사용하면 작업하는 도중에 모판을 가져다 실을 수 있어 인건비를 줄이면서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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