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서 소득세 최고세율 42→45% 인상안 통과

3년 만에 또 최고세율↑…'OECD 7위' 高세율 국가로
"5년간 세수 4兆 늘어나는 정부의 알짜배기 증세" 지적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 훼손…조세저항 우려 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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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높이는 방안을 강행하기로 했다. 3년 만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또 올리는 것이다. 1만6000명의 고소득자 세 부담이 내년에만 총 3969억원 늘어난다. 한 명당 2480만원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소득세 최고세율 순위도 14위에서 7위로 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세율 국가가 된 것이다.

정부로서는 앞으로 5년간 세수 증가 효과가 4조원에 육박하는 ‘알짜배기’ 증세다. 하지만 고소득층만 겨냥한 반복적인 ‘부자증세’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조세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1만6000명 '소득세 폭탄'…한 명당 2500만원 더 낸다

2010년 이후 네 번째 소득세 인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2%에서 45%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의결했다. 12월 중 국회 본회의만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을 처음 발표했을 때 “안 그래도 소득세 인상 속도가 빠른데 더 올리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2012년, 2017년, 2018년에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렸다. 하지만 ‘슈퍼 여당’이 버틴 국회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정부안이 의결됐다. 국민의힘 등 일부 야당 의원이 반대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합동 공세에 밀렸다. 이번 인상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된 법안이 본회의에서 뒤집히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은 ‘과세표준(과세 기준금액) 5억원 초과’이고 세율은 42%다. 여기서 과표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여기에 45% 세율을 매기는 게 개정안의 내용이다. 지방세까지 포함한 세율은 49.5%에 이른다.

소득세 인상은 근로소득, 종합소득, 부동산 양도소득에 모두 해당한다. 부동산 양도세의 경우 3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 20%포인트를 중과하고 있는데, 내년엔 30%포인트 중과로 강화된다. 여기에 내년 기본세율이 6~45%가 되니 3주택자 양도세는 최고 75%가 된다.

세율 인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납세자는 1만6000명이다. 2018년 귀속소득 기준 상위 0.06%에 해당한다. 세수 증가 효과는 내년에만 3969억원, 2021~2025년은 3조9045억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수 감소가 걱정인 정부에 든든한 ‘세금줄’이 될 전망이다.
지금도 ‘세 부담 쏠림’ 심한데
이번 증세가 확정되면 한국은 세계적인 고(高)소득세율 국가가 된다. 2010년만 해도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35%로, OECD 평균(34.5%)과 비슷했다. 하지만 내년 한국(45%)은 OECD 평균(35.7%, 2019년 기준)을 약 10%포인트 웃돌게 된다.

OECD 36개국 중 최고세율 순위도 현재 14위에서 7위로 뛰어오른다. 45%는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와 같은 수준이다. 미국은 37%, 캐나다는 33%, 스웨덴은 25%다.

‘세 부담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소득 상위 1%가 전체 근로·종합소득세의 41.6%를 냈다. 미국(39%)은 물론 일본(35%), 영국(28.9%), 캐나다(23.6%)보다 현격히 높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최고세율이 비슷한데 세 부담 쏠림이 더 심한 이유는 중산층 이하에 대한 세금 감면·공제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안 내는 사람이 2018년 기준 722만 명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의 38.9%가 면세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소득 면세 비중이 40%에 이르는 비정상은 방치한 채 고소득자 증세만 반복하고 있어 세제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고소득자도 소득 여건이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며 “그런데도 정치적 계산으로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부자 증세를 밀어붙이고 있어 조세저항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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