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새로운 본인인증 체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21년간 사용되던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증 시장에선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통신사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설 인증 서비스가 시작됐고, 금융결제원도 새로운 공동인증서를 내놓기로 했다.
국민·하나 이어 신한 가세…'본인 인증' 쟁탈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독자적인 사설 인증서를 내놓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모바일 앱인 신한 쏠 안에 사설 인증을 적용하고 패턴, 간편비밀번호, 안면인증(페이스ID) 등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 자체 인증 서비스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모바일 사설 인증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8월 하나원큐 모바일 앱을 대폭 개편하면서 안면인증 등이 가능한 자체 인증을 도입했다.

정부는 2015년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폐지했다. 통신 3사의 PASS와 카카오인증과 같은 사설 인증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금융 거래와 관공서 서류 발급 등엔 사용할 수 없었다. 전자서명법에서 공인전자서명(공인인증서)의 ‘진본성과 무결성’만 보장했기 때문이다. PASS와 카카오인증 등이 다른 인터넷 서비스의 로그인과 전자결제를 보조하는 기능에 중점을 둔 이유다. 은행의 사설 인증 서비스도 로그인과 간단한 송금 등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서만 가능했던 업무도 사설 인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 민원을 비롯해 은행 대출업무와 결제계좌 변경, 오픈뱅킹 등록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사설 인증서로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설 인증 vs 금융결제원 승자는

은행들이 사설 인증서에 공을 들이는 것은 플랫폼 서비스로 여기기 때문이다. 금융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고, 회사의 외연을 넓혀가는 도구로 활용할 여지도 크다. 지금까지 출시된 사설 인증은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유효기간도 없어 편리성 측면에선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통신 3사의 PASS와 카카오, 네이버 인증은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게 장점이다. 은행들의 사설 인증은 금융서비스 연계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주도의 인증 서비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결제원은 은행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금융인증서를 10일 선보일 예정이다. 단말기에 반드시 저장해야 했던 공인인증서 대신 클라우드 서버에 인증서를 보관한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금융결제원 인증서를 도입했고, 농협은행도 이 인증서를 도입해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결제원 인증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A은행의 사설 인증서는 B은행과 제휴를 맺지 않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체 인증체계를 도입하는 은행들은 다른 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