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ESG 경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ESG 경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SK 제공
SK그룹은 한국 기업 최초로 ‘RE100’(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쓴다는 기업들의 약속)을 공식 선포하는 등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한 사업의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 탄소 배출 감소 등에 힘을 쏟고 있다.

SK 계열사 중 RE100 가입을 공식화한 곳은 8곳이다.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이다. SK E&S, SK에너지, SK가스 등 가입 대상이 아닌 관계사들은 자체적으로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영문 약자다.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부터 시작했다. 구글 애플 GM 이케아 등 263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미래 성장전략 가운데 하나로 강조했던 ‘ESG 경영’ 중 환경(Environment) 부문 실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그룹의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ESG를 지속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2018년 그룹 CEO 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10월 CEO 세미나에서도 친환경 노력은 모든 관계사가 각자의 사업에 맞게 꾸준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9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밝혔다.

SK의 주요 관계사는 ESG 경영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 E&S는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264만㎡)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글로벌 친환경 소재 분야와 생명과학 사업으로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SK건설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경기 화성과 파주에 준공해 가동 중이다. SK건설은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하며 친환경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도 했다. EMC홀딩스는 하·폐수 처리부터 폐기물 소각·매립까지 전 환경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건설은 EMC홀딩스의 사업을 기반으로 리유즈(Reuse)·리사이클링(Recycling) 등의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도입해 기술력 중심의 친환경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밸런스 2030’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그린 밸런스 2030은 경영 활동에서 환경 관련 부정적 영향은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늘려서 조화를 맞추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원료를 뽑아낸 뒤 정유, 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해 플라스틱 원료로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