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값은 언제든지 ‘날개 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입증됐다. 사상 최고가 경신에 도전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10% 안팎 고꾸라졌다.

비트코인, 2만달러 코앞에서 급락…3년 전 데자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추수감사절 휴일인 지난 26일 장중 한때 13%까지 빠졌다가 약 9% 내린 1만707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비트코인 시세도 1900만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또 다른 암호화폐인 리플의 가격은 이날 20% 이상 빠지기도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는 얘기가 나왔다.

급등세를 이어온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전인 25일 1만9521달러를 기록했다. 약 3년 만의 최고치로, 사상 최고가(1만9666달러)에 바짝 다가갔다. 하루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9개월 새 250% 이상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두 달 사이에만 75% 오른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하락세는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가상화폐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와 ‘광적 랠리’ 이후 쏟아진 차익 실현 매물이 갑작스런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정부가 디지털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계획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이런 소식이 정부 규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 매도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은 월스트리트의 ‘큰손’까지 가세하면서 3년 전과 비슷한 광풍을 재현하는 분위기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가격 급락이 가상화폐 가치에 대한 또 다른 논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냐,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냐를 놓고 가상화폐 옹호론자와 회의론자 간의 설전에 불이 붙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