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CFO스토리=남우준 대유플러스 전무
대유플러스에서 남우준 전무(CFO·최고재무책임자)만큼 다양한 직책을 맡아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장비 관련 부서에서 일하다가 10년 전 대유플러스에 넘어와 사업부장, 정보통신부문 관리총괄 등을 맡았다.

2018년 1월 상무 시절엔 라현근 전 대유플러스 대표이사(CEO)가 사임하면서 CEO 타이틀을 1년 정도 달기도했다. 2019년 1월 조상호 대유홀딩스 대표이사(부사장)가 대유플러스 CEO를 겸직하게 되면서 남 전무는 CFO와 사업총괄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대유플러스는 KT 등에 통신장비를 납품하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소형가전을 납품하는 유가증권 상장사다. 동시에 자동차 알루미늄휠 전문업체 대유글로벌, 스티어링휠을 현대차 등에 납품하는 대유에이피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대유위니아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차 부품 사업이 주력이었던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만도(2014년), 동부대우전자(2018년) 등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규모가 커지면서 ‘안정적인 관리’와 ‘계열사 간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한다. 남 전무 역시 ‘시너지’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 성남 대유플러스 사옥에서 만난 남 전무는 “각기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관계사들의 전산과 SCM(공급망관리전략) 관련 ‘통합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며 “업체 간 시너지 방안을 구상하는 데도 주력한다”고 말했다. 남 전무는 대유플러스 CFO의 역할에 대해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를 꼽았다. 그는 “돈이 필요한 부분에 정확하게 자금이 들어갈 수 있도록 ‘물 흐르듯’ 프로젝트를 관리를 해야한다”며 “현금흐름을 정확히 짚고 자금의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는 데 중점을 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 전무는 직원들에게 ‘철저한 대환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과거 비싼 금리에 자금을 빌렸지만 최근 대유플러스 실적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으로 저금리에 사업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대유플러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동기(20억원) 대비 증가했다. 남 전무는 “유동성이 과거보다 풍부해졌다”며 “신용을 통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사업은 올해보다 괜찮아질 것으로 남 전무는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기존 사업인 정보통신 분야에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그는 “지하철에 들어가는 LTE(4세대 이동통신) 에그를 KT에 납품했고 5G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남 전무는 “냉장고에 성에가 안 끼게 하는 부품을 개발했는데 내년 위니아딤채, 위니아전자의 냉장고에 탑재된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협력사들도 못 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눈여겨보고 있는 경제지표는 환율이다. 남 전무는 “가전 OEM 사업에선 멕시코 공장의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정보통신 부문은 부품 수입 때문에 나쁜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보수적일 것’이란 CFO에 대한 편견과 달리 남 전무는 사업과 관련해서도 과감한 도전을 강조했다. 첫 사회 경력을 재무 부서가 아닌 일반 사업 부서에서 시작한 영향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남 전무는 “직원들에게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삼성전자에서 10년 간 일한 경험 때문인지 과감하게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대유플러스는 신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스마트팜용 저비용 발열체 사업에 진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남 전무는 “발열체를 비닐하우스에 넣으면 겨울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며 “발열체를 이용해 경기 이천에서 바나나를 생산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롤 모델’로는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을 꼽았다. 남 전무는 “조 전 부회장의 전문성이 아니었으면 LG전자가 생활가전에서 미국의 월풀을 어떻게 이겼겠느냐”며 “LG생활건강에서 ‘62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라는 대기록을 세운 차 부회장을 보면서 경영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