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가 두산에 베팅했는데 NC 우승…예·적금 고객 5%만 '금리 홈런' 쳤다
직장인 A씨는 최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올해 가입한 신한은행 KBO 프로야구 적금에서 NC 다이노스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가입할 때 정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우대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NC의 우승이 확정되면서 A씨의 적금 금리는 연 2.8%로 최종 확정됐다. A씨는 “예·적금 금리가 연 1%도 안 하는 시대에 이 정도면 쏠쏠한 이자”라며 “내년에도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프로야구리그가 막을 내리면서 ‘프로야구 예·적금’ 가입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오랜 우승 후보로 군림해 온 두산 베어스를 제치고 NC 다이노스가 창단 9년 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두산에 1조원 몰렸지만…웃은 건 NC

27일 KBO리그 공식 스폰서인 신한은행에 따르면 올해 판매한 프로야구 예·적금에서 두산을 선택한 계좌 수는 총 9만7076개(예금 5만8108계좌, 적금 3만8968계좌)에 달했다. 이 상품은 가입할 때 선택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약정한 우대 금리를 준다. 적금은 최대 연 2.8%, 예금은 연 1.5%의 이자를 준다. 예금은 3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적금은 월 1000원에서 5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판매액 1조7019억원 중 70%(1조1931억원)에 달하는 돈이 두산 계좌에 몰렸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도 적금의 70%, 예금의 43%가 각각 두산을 택했다. NC를 고른 가입자는 훨씬 적었다. 예금 2767계좌(596억원), 적금 2만8043계좌(244억원)가 각각 판매됐다. 전체 가입 금액 기준으로는 4.9%만 NC의 우승을 예측한 셈이다. 단 포스트시즌 기준 3위 KT 위즈(8억원), 4위 LG 트윈스(621억원)보다는 많은 금액이 몰렸다. NC 예·적금 가입자들은 이자로 약 16억원(최고 우대 금리 기준)을 가져갈 전망이다.

신한-경남은행 이자 지출도 희비 엇갈려

신한은행으로서는 두산이 우승했을 경우 두산 예·적금 가입자에게 지급했어야 할 총 이자 중 10억원가량을 줄이게 됐다. 지난해에는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두산 예·적금 가입자들이 최고 연 3.0%의 금리를 가져갔다. 지난해에 두산을 선택한 계좌는 총 13만 개, 금액은 2조원에 달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응원하는 팀이 800만 명 관중 달성 시 0.2%포인트의 추가 우대금리를 준다는 조건을 걸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관중 입장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 지급했다”며 “올해 코로나 사태로 KBO리그가 해외에 송출되면서 신한 브랜드가 함께 노출되는 등 스폰서로서 얻은 점도 많다”고 말했다.

반면 NC의 연고지 은행인 경남은행은 15억원가량의 지출이 더 늘어나게 됐다. 경남은행은 올해 BNK야구사랑 예금 3385억원, 적금 563억원어치를 판매했다. NC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우승 등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내걸고, 개인 성적이 프로야구 전체 순위권에 드는 선수가 나오면 추첨을 통해 추가 이자를 주기로 했다.

NC가 통합 우승을 차지하고 투수 드류 루친스키와 타자 나성범 선수가 활약하면서 야구사랑 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1.55%, 적금은 연 2.75%(3년제 기준)에 달하게 됐다.

김갑수 경남은행 상무는 “이자 지급액이 늘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암울한 시기에 NC가 우승한 것은 경사”라며 “야구 예·적금 가입자들에게 은행을 홍보하는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