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택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성현은 자전거를 탄 채 옛 연인 수진을 만나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캠핑장에 남아 있던 그녀는 성현이 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란다. 수진은 성현을 어떤 방식으로 마주했을까.

성현을 먼저 찾은 것은 수진이 아니라 수진이 띄운 드론이었다. 드론은 하늘을 높이 날아 다리 위를 전력질주하고 있는 성현의 모습을 포착한다. 촬영 장비로 사용하던 드론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첫 매개체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이 이용하는 특수 장비 정도로 인식되던 드론은 최근 빠르게 진화하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 머지않아 드론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드론 실험에 나선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주목하는 개념 중 하나가 ‘라스트 원마일’(마지막 1마일)이다. 기업이 최종 물류지에서 사용자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마지막 1마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노즈카 마사시의 저서 《로지스틱스 4.0》에 따르면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된 문제는 택배시장의 인력 부족과 이로 인한 장기 노동, 비효율 등이었다. 드론은 짧은 시간 무인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라스트 원마일’에 가장 적합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실제 아마존은 주문 상품을 30분 내에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드론 배송 시스템을 시험 비행하고 있다. 만약 드론의 비행 기술이 조금 더 정교해진다면 머지않아 택배기사라는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론은 운송·촬영·측량 등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사람과 달리 GPS와 센서를 활용해 좌표를 찍어주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물류기업인 DHL은 무인배송 드론을 자체 개발, 사람이 가기 힘든 지대에 의료품 등을 배송하는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드론 택시’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지상 위 택시와 달리 도로 위 정체 없이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바람 등에 취약한 약점이 있지만, 앞으로 상용화가 되면 교통 시스템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영화 ‘언택트’의 배경이 10년 뒤였다면 어땠을까. 성현은 격리가 풀리자마자 자전거에 오르는 대신 드론 택시를 잡아타고 GPS를 찍지 않았을까.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