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가계대출 '풍선효과'…3분기 1.8조 늘어 역대 최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난 3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이 신용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개인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3개월 새 1조8267억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1분기 7892억원, 2분기 9298억원 등으로 증가세도 가파르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가계대출과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가계대출도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위주로 증가했다”며 “빚을 내서 생활자금을 마련하거나 집·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와 캐피털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내준 가계대출은 올 3분기 67조825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6967억원 늘었다. 2분기에 1조1699억원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보험사 가계대출도 1조4895억원 증가한 118조8719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 기타대출은 8월에 비해 9월 들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은행 기타대출 증가액은 8월 5조6330억원에서 9월 3조288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잔액은 7월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7월 70조6117억원에서 8월 71조6962억원으로 증가했고, 3분기 말인 9월에는 73조2318억원으로 불어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대출을 억누르면서 풍선효과로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 사정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자산이 대폭 늘었기 때문에 2금융권도 건전성 관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악재와 겹쳐 저신용자보다는 고·중신용자 위주로 대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