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속 필름콘덴서 10년 투자 결실

국내 車 부품업체와 공동개발
내년 상반기 말께 양산 시작

PDP TV용 매출 줄며 '고전'
생활가전으로 매출처 다변화
8년 만에 매출 1000억 눈앞
박성재 성호전자 부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 연구소에서 전기차용 필름콘덴서와 증착필름을 설명하고 있다.  성호전자  제공

박성재 성호전자 부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 연구소에서 전기차용 필름콘덴서와 증착필름을 설명하고 있다. 성호전자 제공

콘덴서 및 전원공급장치 제조업체 성호전자는 2010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1350억원으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7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악재가 닥쳤다. 주력 매출처인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띄운 승부수가 전기차용 필름콘덴서. 성호전자의 뚝심이 10년여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

박성재 성호전자 부사장은 24일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와 공동 개발한 필름콘덴서를 최근 포르쉐와 아우디 전기차에 공급하기로 했다”며 “내년 상반기 말께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호전자가 전기차용으로 특수 제작한 증착필름을 공급하면 자동차 부품업체가 필름콘덴서를 완성해 납품하는 식이다. 콘덴서는 ‘전기를 담는 그릇’이다. 필요한 경우에만 전기를 방출해 전자제품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다. 필름콘덴서는 필름을 절연체로 쓴 것이다. 박 부사장은 성호전자 창업주인 박현남 회장의 장남이자 성호전자 최대주주(지분율 31.09%)다.

성호전자는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한 2011년 48억원을 들여 전기차용 증착필름까지 생산할 수 있는 최고급 장비를 두 대 사들였다. 박 부사장은 “회사 미래가 가장 암울하던 때 앞날을 내다보고 한 투자”라며 “적자를 무릅쓰고 막대한 돈을 투입해 개발한 제품 성능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확보한 올해 실적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 775억원, 영업이익 9억원, 순이익 75억원을 거뒀다. 박 부사장은 “3분기보다 4분기가 좀 더 좋고 4분기보다는 내년 1분기가 좀 더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992억원, 영업손실 30억원, 순손실 50억원이었다. “모든 부실 정리가 지난해 끝났다”는 박 부사장은 “올해 8년 만에 다시 매출 10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다변화된 고객사에서 나온다. 10년 전엔 매출의 80%가량이 대기업 한 곳에서 나왔다. 지금은 이 회사 의존도가 2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몇 년간 SK매직, 경동, 위닉스 등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 TV와 셋톱박스, 프린터 위주였던 콘덴서의 적용처도 보일러와 공기청정기, 제습기,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생활가전군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매진 사례를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등 게임 콘솔에도 모두 성호전자 콘덴서가 들어간다. 베트남 공장이 내년 2월 준공하면 TV 고객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박 부사장은 “올해는 성호전자가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탈바꿈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온갖 풍파에 맞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일구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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