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9일 기업 규모, 업종, 학력, 경력 등에 따른 사업체 특성별 임금 현황을 공개했다. 국내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양극화돼있다는 판단에 따라 임금 격차를 공개함으로써 성별, 학력별, 기업 규모별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동종업계 비슷한 이력의 근로자 임금이 공유되면 기업의 임금 결정을 돕고, 자연스럽게 임금도 평균으로 수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사 갈등을 조장하고,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쟁사 김과장 연봉은 얼마일까"…고용부, 사업체 임금현황 2차 공개
고용노동부가 사업체 특성별 임금 현황을 공개한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월에는 2018년 6월 기준, 이번 공개 대상은 2019년 6월 기준이다. 임금은 직전 3년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체 규모, 업종, 직업, 경력, 성, 학력 등 6개 변수를 조합해 산출했다. 조사 대상은 상용 5인 이상 사업체의 풀타임 근로자 239만명(2017~2019년)으로, 농·임·어업과 공공행정 분야 등은 제외된다. 임금은 연장근무수당 등 초과급여를 제외한 정액·특별급여를 합한 연봉 기준이다.

평균연봉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는 사업체 규모와 학력이었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 대졸 1년차 연봉은 30인 미만 기업이 2892만원, 100~300인 미만은 3521만원, 500인이상은 4008만원이었다. 반면 고졸 1년차는 30인 미만 2377만원, 100~300인 미만은 2286만원, 500인 이상은 2384만원이었다. 대졸 신입사원끼리만 비교하면 사업체 규모에 따라 평균연봉이 약 1100만원 차이가 났다. 하지만 고졸의 경우 사업체 규모의 연봉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았다.

대졸 사원의 10년차 이상 평균임금을 보면 6157만원(30인 미만), 7260만원(100~300인 미만), 9076만원(500인 이상)이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신입 연봉 차이은 약 1100만원이었으나 10년차 이상에서는 3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입직 단계부터 연봉 차이가 큰 데다 상당수 대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호봉제 임금체계로 인해 연차가 쌓일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는 탓이다.

학력을 변수로 직업별로 보면 제조업 사무직 고졸 1년차는 2782만원, 대졸은 3342만원이었지만 10년차 이상에서는 각각 5369만원, 6717만원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다만 금융·보험업의 경우는 학력보다는 경력이 연봉 좌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졸 1년차는 2630만원, 대졸은 3412만원이었지만 10년차 이상에서는 각각 8950만원, 8943만원으로 고졸의 평균연봉이 더 높았다.

정부는 올해에 이어 매년 하반기에 당해년도 6월 기준 임금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창출 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로, 임금정보 부족으로 임금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학력·연차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임금이 적은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함께 고임금 사업장의 임금 조정을 유발해 노사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취지와 달리 열악한 중소기업 현실만 부각되면서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는 중기 인력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세한 임금정보는 '임금직무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