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경북 영천의 한 농가에서 골프공 크기의 미니사과를 재배했다. 크기는 보통 사과의 7분의 1. 당도가 높았지만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시장에 나오면 '불량 사과' 취급을 받았다.

이 사과는 2012년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케이크 장식으로 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각종 디저트의 재료는 물론 1인 가구에서 환영받는 사과 품종으로 자리잡았다. 영천의 농가들은 미니 사과로만 연평균 8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수익금 일부를 농가에 환원해 포장박스를 새로 만들도록 도왔다.
불량사과를 명품 사과로…농촌 살리는 SPC의 '조용한 상생'

SPC그룹은 올해도 '조용한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평창군 감자에 이어 제주 구좌 당근을 대량 수매했다. 파리바게뜨, 던킨,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등 여러 외식 업종의 다양한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월 평창군 감자 100t 이상을 수매한 파리바게뜨는 '강원도 알감자빵' '통감자 치즈빵'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통감자 치즈빵은 1개월 만에 200만 개가 팔렸다. 비슷한 시기 배스킨라빈스는 치즈 아이스크림에 바삭한 감자볼을 얹은 '미찐 감자'를 출시했고, 파스쿠찌는 '치즈 품은 옥감자 라떼' '스파이시 감자 포카챠' 등을 선보였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그릴리아와 베라 등은 평창 감자를 활용한 피자도 출시했다.
불량사과를 명품 사과로…농촌 살리는 SPC의 '조용한 상생'

이달 들어서는 수확기를 맞은 제주 구좌읍 당근을 대량 수매해 당근 농가 지원에 나섰다. '제주 구좌 당근 케이크', '제주 당근 산도롱 샌드', '제주 당근 멘도롱 머핀', '당근 착즙 주스' 등을 전국 3000여 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단체 급식과 학교 급식 등의 판로가 막힌 전국 농가들은 식품 외식 기업의 대량 구매와 유통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SPC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지역 농가와 산지 직거래에 나섰다. 2014년엔 농림축산식품부와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5년 간 1조원 규모의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하기도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활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양질의 제품을, 농가에는 안정된 판로를 제공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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