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SW 기반 생산방식 확산…시장에 더 가까워지는 공급망
2020년 이전까지 글로벌 생산전략은 노동력, 원자재 등 생산 요소를 저가로 조달할 수 있는 지역에 큰 공장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 북미·유럽 국가 등이 자국 경제 활성화, 특히 실업률 관리를 경제·정치적 제일 화두로 올리면서 생산기지를 ‘수요처가 있는 국가’로 이전하는 추세가 시작됐다. ‘실업률 축소’가 유권자의 표와 동일시되면서 리쇼어링(자국 기업의 본국 귀환)은 국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물류 이동이 제약되면서 공급망 모델은 저비용 국가에서 대량 생산 후 수요지에 보내는 ‘허브&스포크(hub&spoke)’형 모델에서 수요지 인근에 제조 공장을 두는 ‘글로벌 에지(global edge)’형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에지형 공급망으로의 전환은 제조 요소인 △제조 공정 및 설비 △제품 구조 △제조 역량 등의 변화를 동반한다. 제조 공정은 일관·일체화된 대규모 공정 흐름에서 잘라 분산하고 연결할 수 있는 ‘레고블록형’으로 전환 중이다. 공정 중 일부를 잘라 빨리 이전시키되 하나의 공장처럼 연결하고 원격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P&G, 바스프, 아스트라제네카 등 유럽 소비재·화학업체가 팩토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레고블록형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때 여러 지역에 분산된 레고형 공정을 통합해 연계하고 원격 관리하는 디지털 트윈 등의 기술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제품 구조의 모듈화 추세는 제조 공정의 레고블록화에 따라 자동차를 넘어 가전, 컴퓨터 장비 등 다른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플랫폼과 모듈에 기반한 디지털 가상 환경을 통해 품질, 성능, 생산성을 쉽고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어 제품구조 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제조업의 핵심인 인적·공정·설비운영 역량 등을 분산된 제조 공정 및 모듈 부품 하에서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조역량을 잘 묶어서 본사가 관리하고 각각의 생산기지에 빠르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에지형 공급망으로의 전환 추세에 대응하려면 생산기지의 구축 및 철수를 쉽고,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분산돼 빠르게 변화하는 공급 네트워크를 하나처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소프트웨어 기반 생산방식으로의 흐름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