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사흘간 또 파업하기로 했다. “살려 달라”는 협력업체 대표 100여 명의 빗속 절규에도,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경고에도 파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2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3~25일 하루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3~5일씩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총 파업기간은 15일로 늘었다. 노조는 약 한 달째 잔업(추가근무)과 특근(주말근무)도 거부하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한국GM은 약 2만5000대 규모의 생산차질을 입게 됐다. 이는 한국GM 한 달치 생산량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들의 일감도 급감했다. 협력업체 대표들이 지난 19일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 서문 앞에서 파업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한 이유다. 이들은 “살려주십시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비를 맞으며 약 2시간 동안 호소문을 낭독했다. 협력사 대표들은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부 업체는 전기료는 물론 직원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부도를 내는 업체도 생길 것”이라고 호소했다.

GM 본사도 노조의 파업을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본사 고위 임원인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사 갈등이 몇 주 내 해결되지 않으면 본사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GM 노조는 월 기본급 약 12만원 인상, 성과급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6년 연속 적자인 데다 올해도 흑자전환이 불가능해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면 부품 생태계가 무너지고, 미국 GM 본사가 한국 철수를 강행할 우려가 있다”며 “노사의 공멸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한국GM 노조의 파업에 대해 ‘극단적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중견련은 20일 호소문을 내고 “자동차 협력업체들이 쏟아내는 ‘살려 달라’는 절규는 처절한 현실이자 절박한 구조 요청”이라며 “완성차업계의 연이은 파업이 현실화하고, GM의 한국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가느다란 희망마저 철저히 무너지는 듯한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