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쟁자 싹을 밟는 '킬러 인수' 면밀히 심사하겠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신산업 분야에서 선도 주자가 진입장벽을 구축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신생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킬러인수'의 부작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 결합 심사에서도 자산·매출액 기준 외에 인수금액 기준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이날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공정위와 한국법경제학회가 공동으로 연 '신산업분야 경쟁 제한적 M&A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신산업분야도 어느덧 13개의 유니콘 기업이 만들어질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위원장은 '킬러 인수'가 늘면서 경쟁이 제한되고 독과점의 폐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규모 IT기업이 향후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신생 기업을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독과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지배력이 큰 기존 기업들이 잠재력 있는 신생기업을 인수해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경우 시장에서의 경쟁이 저해돼 상품 질이 하락하거나 혁신 노력이 감소하는 등 소비자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A가 자칫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제적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킬러인수와 기업결합 신고기준'이라는 주제가 상정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가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거대 ICT 기업이 잠재력이 큰 신생기업들을 적극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한 결과 경제에서 혁신이 저해되는 문제점이 나타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 역시 신산업분야 경쟁 제한적 M&A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기업이 현재 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 등을 인수함으로써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매출액 기준 이외 인수금액을 기반으로 한 기업결합 신고기준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