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 면밀히 심사할 것"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9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결정에 관해 "원칙과 법에 의거해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가 두 회사의 합병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조 위원장은 이날 KBS 제1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해당 M&A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 뒤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현실화되면 두 회사의 국제선 여객노선과 주요 화물노선 점유율이 70%를 넘기게 된다. 공정위가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기준(50%)을 넘는 수준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공정위가 예외 조항을 적용해 합병을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데다 과거 비슷한 경우 합병을 허용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 때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에선 경쟁제한성을 따지지 않는다는 공정거래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할 공산이 크다. M&A가 무산돼 피인수 예정이던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 남아 있는 자산을 계속 활용하도록 하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예외 조항을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는 1999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심사가 꼽힌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 한국 시장 점유율이 승용차 55.6%, 버스 74.2%, 트럭 94.6% 등으로 높아지는 데다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조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업 옥죄기라는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를 건전히 함으로써 가치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공정위가 기업을 전면적으로, 사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의견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전면·사전적 규제는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이거나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마찬가지로 입법을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관련해서는 "혁신을 제약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안을 준비했다"며 "법 위반 시 과징금은 부과하되 형벌 규정은 없앴고, 자진 시정 제도인 동의의결 제도도 도입해 혁신을 제약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안을 준비했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