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여성복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자체 패스트 패션(SPA)과 스포츠 브랜드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비롯해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패션 사업부로 묶여 있던 각 브랜드도 SPA, 스포츠, 여성복 등 3개로 ‘온라인 대전환’ 시대에 맞게 재정비키로 했다.

스포츠와 SPA에 ‘선택과 집중’

뉴발란스 제공
뉴발란스 제공
이랜드그룹은 미쏘, 로엠, 에블린, 클라비스, 더블유나인, 이앤씨 등 6개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여성복 사업부를 매각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브랜드의 연 매출(지난해 기준)은 약 3000억원으로 해당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자 및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EBITA)은 400억원 수준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500여 개에 달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여성복 사업부를 독립 법인으로 만들어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이번 패션 포트폴리오 재편은 사업부별 특성에 맞는 투자와 운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여성복 접는 이랜드, 스포츠·SPA 키운다
매각 목적이 사업 부진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라는 설명이다. “여성복 사업부에 들어갔던 노력과 시간, 비용 등을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자체 SPA 브랜드 ‘스파오’에 더 투자해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랜드가 여성복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쏘, 로엠은 한때 이랜드그룹이 전략적으로 키우려고 했던 여성복 브랜드지만, 저가의 글로벌 SPA와 고가의 명품 사이에서 어정쩡한 가격 정책으로 매출이 정체된 상태였다. 패션 대기업 관계자는 “이랜드가 뉴발란스와 스파오 말고는 패션 부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못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성복 매각은 패션사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삼성증권을 재무 자문사로 선정, 잠재적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 등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다음달 말까지 투자의향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여성복 사업부를 매각한 뒤에도 500여 개 전국 오프라인 매장과 NC백화점 등 자사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파오를 ‘한국의 유니클로’로

올해 뉴발란스의 매출은 4800억원, 스파오는 3500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남은 브랜드 사업별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집중적 투자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발란스는 2008년 처음 이랜드와 국내 단독 판권 계약을 맺은 뒤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왔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계약을 더 연장한 상태다. 이랜드그룹은 뉴발란스를 2022년까지 국내 연매출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랜드그룹은 토종 SPA 브랜드 스파오를 ‘한국의 유니클로’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스파오는 연매출 3000억원이 넘는 유일한 국내 SPA 브랜드다. 이랜드는 스파오 매출을 10년 내 연 3조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엔 유니클로의 부진한 상황도 감안돼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에서 연 매출 1조3780억원(2018년 9월~2019년 8월)까지 성장했지만 지난해 시작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