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칼 '경영 사전협의' 의무화…투자 합의 어기면 5000억 위약금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주요 경영 현안을 산은과 사전에 협의하기로 했다.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 선임 등 7개 조항의 의무가 부과됐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한진칼은 산은에 500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한진칼은 17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투자합의서를 공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산은에 대한 의무조항’을 공개했다. 한진칼은 우선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 등을 선임해야 한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석태수 한진칼 사장,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사외이사 8명이다.

한진칼은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산은과 사전 협의 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독립적으로 회사를 감시·견제하기 위한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도 설치된다. 윤리경영위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참여를 차단하고 주요 경영진의 윤리경영을 감독하는 일을 맡는다. 경영평가위는 자금이 투입되는 대한항공의 경영성과 등을 관리하고 평가한다.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6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매년 한진칼의 경영을 평가해 평가등급이 저조하면 경영진 해임과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주식 등에 대한 담보 제공과 처분 제한에 관한 조항도 마련됐다.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6.52%)과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 후 통합(PMI)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책임이 부여됐다.

한진칼은 마지막 의무 조항으로 투자합의서의 중요 사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을 부담하기로 했다. 산은은 이에 대한 담보금으로 대한항공 발행 신주의 처분 권한도 확보했다.

항공업계는 산은이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CGI 등 3자연합을 의식해 이 같은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책은행이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주기 위해 ‘백기사’ 역할을 한다는 3자연합의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