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에선 배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짧은 투자로도 시세 차익과 배당금을 동시에 손에 쥘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4분기가 되면 똘똘한 배당주를 물색하는 투자자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기에 발맞춰 기업들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각종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곤 했다.

실적 악화에 배당 여력 '뚝'…'배당컷' 고민에 빠진 기업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이 실적 악화에 신음하면서 배당 여력이 눈에 띄게 약해져서다. 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평소 수준으로 배당하자고 주장하긴 쉽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이미 지난 1분기부터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현금배당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했다. 이 기간 현금배당액은 약 2조6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23.5% 축소됐다.

아예 중간배당을 포기한 기업도 속출했다. 두산, 에쓰오일, 코웨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등이 급격한 실적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연간 현금배당 규모가 지난해(28조2000억원)보다 꽤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배당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면서 배당주펀드에서도 빠르게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국내 배당주펀드 247개의 설정액은 9조2368억원으로 연초 이후 2조44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맘때면 성수기를 맞았던 평소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렇다고 이 같은 추세 변화에 맞춰 연말 결산배당까지 없애거나 대폭 줄이기도 마냥 쉽지만은 않다. 배당 전략을 크게 바꿀 만큼 해당 기업이 어렵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배당 ‘눈높이’가 올라간 것도 부담이다. 자칫하면 ‘배당컷’이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