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정비(MRO) 부문을 떼내 별도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통합법인이 들어설 후보지를 놓고 지역 간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과 경남 사천에선 벌써부터 “통합법인은 우리 지역으로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지 11월 13일자 A1, 3면 참조

17일 경남 사천에서는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린다.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MRO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가 신규 정비동을 준공하는 행사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및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정비본부장, 저비용항공사(LCC) 대표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급성장하는 글로벌 MRO시장 공략을 위해 2017년 KAI를 공식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듬해 6월 KAI 자회사로 KAEMS가 설립됐다. KAEMS 전체 인력은 190여 명이다. 당초 정부는 사천에 MRO 업체들이 입주하는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천에 지역구를 둔 여야 국회의원들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발의된 개정안엔 인천공항공사의 사업 목적으로 MRO가 추가돼 있다. 대부분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 인근에 MRO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남지역 국회의원들과 사천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AI가 17일 정치인 등을 대거 초청해 준공 행사를 여는 것도 인천과의 경쟁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RO부문에 더해 KAI를 비롯한 방산업체까지 끌어들여 조인트벤처 방식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으로 구성된 MRO 시장 규모는 2027년엔 1180억달러(약 131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